‘카이로회담, 한국독립 지지’ 요청 현장 찾았다

광복회 ‘중국 군사위원회’ 건물 존재 국내 첫 확인

중경시 유중구 해방서로에 위치…사실상 방치상태

회담 소식 접한 김구 등 임정요인들 장제스와 면담
 

최근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 등 광복회 회원들에 의해 처음 존재가 확인된 중국 중경시 해방서로에 위치한 중국 군사위원회 건물. 이 건물은 카이로회담 직전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중국 최고 통치자 장제스를 만나 한국의 자유독립을 지지하고 관철시켜줄 것을 요청한 역사적 장소다. 아래는 김갑제(왼쪽) 지부장과 역사학자인 한시준 단국대 교수가 건물 입구 표지석을 살표보고 있는 모습./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 제공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왼쪽)과 역사학자인 한시준 단국대 교수가 중국 군사위원회 건물 입구 외벽에 설치된 표지석을 살펴보고 있다. 표지석에는 국민정부가 중경으로 옮겨온 뒤 군사위원회 회의실로 이용됐다는 내용과 규모 등이 적혀 있다./광복회 제공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카이로 회담 직전 중국 군사위원장인 장제스에게 한국의 자유독립 지지를 요청했던 장소를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을 비롯한 광복회 회원들이 국내 처음으로 찾아냈다. 카이로 회담은 미·중·영 3개국 정상이 만나 한국 자유독립국가 건립을 지지하는 합의문을 발표해 한국 독립국가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관련기사 11면·남도일보 8월 9일·10일자 10면 참조>

김 지부장 등 광복회 회원들은 지난 12일 중국 중경시 유중구 해방사로 66호가 김 주석과 장제스간 의 면담이 진행된 옛 중국군사위원회 건물을 확인했다고 13일 남도일보에 알려왔다. 김 지부장은 현장 건물 및 건물 표지석 등의 사진도 함께 보내왔다. 광복회는 광복73주년을 맞아 광주지방보훈청 주최로 지난 7일부터 상하이와 항조우, 중경, 서안 등 중국내 항일사적지를 탐방하고 있다.

탐방단 일행인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임시정부 요인들과 장제스의 면담 장소를 확인한 건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우리나라 독립기념관은 물론 문화재청도 존재 자체를 몰랐던 장소다”고 밝혔다. 이어 “카이로 회담 전에 임시정부 요인들이 장제스에게 한국독립 지지 요청을 한 기록은 있지만,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역사적 장소를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뛴다”고 전했다.

사진 속 군사위원회 건물은 2층 구조로 콘크리트와 벽돌로 지어졌다. 건물 입구 왼쪽 벽에 1937년 11월 국민정부가 중경으로 옮겨온 뒤 군사위원회 회의실로 이용됐다는 내용과 규모 등이 적힌 표지석이 있다. 또 1945년 9월 4일부터 40일 동안 장개석과 모택동의 중경담판이 진행됐다는 내용도 있다. 따라서 김구 주석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카이로 회담 개최 소식을 듣고 중국 군사위원회를 방문, 2층에서 장제스와 면담을 가졌다는 기록으로 볼 때 이 건물은 한국독립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제기한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당시 중국 최고 통치자인 장제스의 공식 직함은 군사위원장이었다.

1943년 7월 26일 오전 9시 김구 주석과 조소앙 외무부장, 김규식 선전부장, 이청천 광복군 총사련관, 김원봉 광복군 부사령관 등 임시정부 요인들은 장제스를 찾아가 중국과 미국, 영국 정상이 만나는 카이로 회담에서 ‘영국이 주장하는 국제 공동관리를 반대해 줄 것’과 ‘세계2차 대전 후 한국의 자유독립을 지지하고 관철 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장제스는 카이로 회담때 미국과 영국을 설득해‘우리는 일본이 한국인에 대해 노예대우를 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으며, 일본이 패망한 후 적당한 시기에 한국으로 하여금 자유 독립의 국가가 되도록 결정한다(초안 기준)’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되도록 했다.

군사위원회 장소와 관련 그동안 한국 역사학계에선 구체적인 현장은 확인 못한 채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외부 공개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어서다. 광복회의 이번 확인도 공식 기록이 아닌 탐방과정에서 제보를 토대로 이뤄졌다. 현재 이 건물은 중경시 보호문물로 지정돼 있지만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 출입을 금지해 사실상 방치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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