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와 광주형 의사결정모델

정준호(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정준호 변호사
민선 7기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취임 초기 가장 뜨거운 현안인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시민권익위원회로 넘기되, 결정시한까지 늦어도 10월초까지로 정하면서 본격적인 논란의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시민권익위원회는 7~9명의 전문가그룹으로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결론을 내리겠다고 결정했다. 숙의조사 등 구체적인 여론반영 방법은 보완해서 이른 시일내에 이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광주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2호선 착공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는 2가지 정도이다. 우선 적자가 불보듯 뻔하게 예상되는 현실에서 무리하게 재정과 예산을 축낼 수 있는 정책을 강행하지 말고 한번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입장이다. 그리고 2호선을 건립하더라도 도시 교통 수요에 맞게 트램과 BRT 등 병행교통수단을 활용하자는 입장도 있다. 이에 반해 조속한 착공을 원하는 목소리는 대체로 ‘피로감’에 호소한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는 이미 2호선 건설을 마치고 나서 대안교통체계 등이 논의되는데 광주는 10년 넘게 착공 여부 논의만 지속되고 있으니 지역발전에 역행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한번 착공으로 정했으면 그대로 승복하는 것이 맞는데 번번히 반대목소리를 반영하다보니 이도저도 되지 않는 상태라는 불만도 있다. 마침 도청원형복원문제 등 비슷한 구조의 현안들이 남아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광주 자체의 문제해결력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제 당장 50일 이내에 무려 16년간의 논쟁의 종지부가 찍혀질 예정이다. 그러나 2호선 공론화의 과정의 목표는 단순히 2호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광주의 현안을 해결하는 이른바 ‘광주형 의사결정모델’을 정립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

사료를 보면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세제개혁과정에서 무려 17년의 시간을 공론화를 위해 투자했다고 한다.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무려 17만명 이상의 백성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개혁안에 반대하는 7만여명의 백성들을 상대로 지난한 설득의 과정을 거쳐서 전분6등법과 연분9등제를 17년만에 출범시켰다. 세종대왕의 이러한 공론화는 정책추진자가 공론화 방식을 통해서 반대의견을 설득한 방식으로 현재에도 참작할만한 요소가 있다.

반면에 현재 논의되는 공론화방식은 ‘숙의민주주의’라는 용어에서 보듯이 토론과 토의 과정을 통한 일반 시민의 눈높이 향상을 도모하면서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참여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방적인 결론을 가지고 반대세력의 의견을 설득하는 세종형 의사결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숙의민주주의에 해당하는 영어 ‘deliberative democracy’ 중 ‘deliberative’는 ‘토의하는’이란 뜻이다.

실제로 신고리원전 공론화과정에서는 공론화초기의 의견이 마지막에 뒤바뀌게 되었는데 주된 이유는 20대와 30대의 위원들이 토론과 심화학습을 병행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의견이 바뀌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피상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여론을 좇는 입장에서 벗어나 짧은 시간동안 전문가들의 의견을 이해할 정도의 학습과 토의과정을 통해 일반시민들에게 전문가 수준의 정책결정 과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고리원전 공론화과정을 통한 소득이었다.

그러나 현재 한자릿수의 전문가집단만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반 여론반영 방법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2호선 공론화과정은 속도감 이외에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도시철도 2호선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대중교통체계를 도시철도 체계를 중심으로 지속할 것인지, 버스 등 지상교통체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자가운전차량 중심으로 진행하여 고속화도로 확충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 등등 대전제에 해당하는 논의구조확립이 우선시 되는데 과연 한자릿수 전문가집단의 약 한달간 논의를 통해서 어떤 장기적인 해법수립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신고리원전 공론화와 같이 일반 시민들의 갈등해결 과정 참여기회 확대 등도 묘연하다. 기왕이면 금번 공론화방식을 토대로 도청복원문제 등 산적한 갈등형 현안해결방안에 접목할만한 의사결정구조를 수립하였으면 하는데 적어도 지금 구조로는 일반적인 광주형 의사결정모델로 정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찬바람이 불기전에는 해결될 문제라니, 16년 동안 표류해온 새월의 의미가 뭔지 아쉽다. 일단 빠른 결정으로 피로감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차라리 높은 본선지지율을 고려했다면 시장 개인의 정책방향을 공약으로 명문화해서 당선지지율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도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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