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차별 상징 ‘느림보 기차’ 오명 벗을까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 4대 간선철도 중 유일 비전철

1930년 개통 후 한 차례도 개량 안돼…안전성 등 우려

“지역 형평성·영호남 화합열차로 거듭…예타 통과 절실”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 전철화 사업에 대한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경전선을 포함한 4대 간선 중 유일한 비전철 구간인데다 예타 결과도 4년을 끌어온 만큼 이번엔 정부가 지역형평성과 운행안전성 등을 감안해 사업 추진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영·호남 잇는 경전선

경전선은 경부·호남·중앙선등을 포함한 4대 간선철도망 중 하나로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유일한 철도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머리글자를 따 경전선으로 이름지어졌고 광주 송정~부산 부전까지 이어지는 전 구간은 총 308.8㎞에 이른다.

이 철도는 당초 일제시대 당시 쌀과 면화를 반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첫 삽을 떴다. 전남·북과 경상남도의 곡창지대, 부산을 연결하고 여수항을 통한 일본과의 원활한 연락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일제 수탈의 아픈 역사를 담은 눈물의 철도이기도 한 셈이다.

경전선은 광주 송정~순천(116.5㎞), 전남 순천~광양(9.2㎞), 전남 광양~진주(56.1㎞), 경남 진주~마산(53.7㎞), 경남 마산~삼량진(40.6㎞), 마산~부전(32.7㎞) 등 6개 구간으로 연결돼 있다. 1905년 경남 삼랑진~마산(40.6㎞) 구간 개통을 시작으로 1930년 광주~여수(155.5㎞) 구간까지 이어졌다. 이후 1968년 순천~진주(80.5㎞) 구간이 개통되면서 경부선과 호남선을 잇는 순환 철도망이 사실상 완성됐다.

경전선 개통으로 영·호남의 유동이 원활해졌고 교통난이 해소됐을 뿐만 아니라, 남해안의 경제개발도 크게 촉진되는 성과를 가져왔다.

◇경전선 중 유일 비전철화 ‘광주~순천’

경전선 전체 구간 중 광주~순천 구간은 1930년 개통 이후 단 한 차례도 선형이 개량되지 않은 유일 비전철화 구간이다. 전체 구간 가운데 전철화는 고사하고 복선화사업조차 시도되지 않을 만큼 외톨이 구간이다.

경전선 순천~광양 구간은 지난 2011년 이미 복선전철화됐고 광양 진주 1구간은 지난 2016년 복선화, 2구간은 지난 해 예타를 통과하고 2021년까지 전철화할 계획이다. 진주~마산 구간은 2012년, 마산~삼량진 구간은 2010년 이미 복선전절화를 완료했으며 마산~부전 구간은 2019년 복선전철화 사업 완료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광주~순천 구간은 전국적으로 구간길이 200㎞ 이상 4대 간선철도(경부·호남·중앙·경전선) 중에서도 나홀로 단선·비전철 구간이기도 하다.

◇4년간 타는 목마름…예타 ‘미적’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의 비전철화로 광주에서 부산까지 하루 한 차례 운행하는 이 열차는 무려 5시간 30분이 걸린다. 광주~순천 구간의 선로가 노후화한데다 노선 굴곡까지 심해 디젤 기관차가 시속 60㎞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느림보 기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경전선은 예전의 영광을 잊은 채 되려 영·호남 물적·인적 교류의 장애요인이 됐다. 이 때문에 영·호남 지자체들은 숙원사업으로 이 구간 전철화를 요청했고, 2011년과 2016년 제2·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까지 반영됐지만 지금껏 투자우선순위에 밀린 상황이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014년 광주~순천구간 예타 조사에 들어갔지만 4년 넘게 사업 추진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경제성(비용 대비 편익·B/C)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관련 지자체들은 일부 노선 조정 등을 통해 2015년 0.55, 2016년 0.74, 지난해 0.81, 올해 0.85 등 경제성이 점차 개선됐으며 예타통과 여부를 4년여간 끌어온만큼 올해는 예타 통과 후 사업을 본격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예타 통과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경제성 분석이 1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해부터 정책성, 균형발전 요소 등이 종합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와 사회간접자본 특성을 고려하면 정책 결정에 필요한 조건은 갖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호남 차별’ 오명 벗고 달리자

광주~순천 전철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그동안 지적된 운행 안정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순천’ 구간은 시설 노후화와 기상 영향 등으로 동절기 오르막 구간에는 차륜공전 등이 발생해 열차 운행차질을 빚어 철도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형평성 문제도 해소된다. 4대 간선철도망 중 경부·호남선은 고속열차가 운행중이며 중앙선은 개량사업이 조만간 완료된 바 있다. 더불어 경전선 사업 중 예타통과가 필요했던 진주~광양 구간은 지난 해 이미 예타를 통과했고 이제 광주~순천 구간만 예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광주∼부산 간 열차 운행 시간이 5시간 30분에서 2시간대로 줄어들며 인적·물적 교류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화된 경전선은 ‘호남 차별의 상징’·‘거북이 기차’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새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관련 지자체들의 절실함과 더불어 정치권의 관심도 지대한 만큼 이번에는 예타가 통과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사업이 추진돼 호남과 영남의 동서화합, 국가통합을 이룰 핵심 인프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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