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빈 소개에 진 빠지는 식전행사 개선해야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달라진 것 중의 하나가 각종 공식행사에서 내빈소개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행사성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예전에는 광주광역시장?전남도지사, 해당지역구 국회의원 그리고 지역의 기관장들이 차례로 소개됐다. 지금은 여기에 광역?기초단체의원들이 추가돼 소개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민간인들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도 마찬가지다. 행사를 여는 단체는 시?구의회 의원들이 많이와야 행사가 그럴 듯 해 보이니 참석을 종용한다. 의원들도 얼굴을 알릴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문제는 의원들을 소개하고 박수를 받게 하느라 식전행사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달 24일 광주서구청의 한비야씨 초청특강이 장시간 진행된 내빈(의원)소개로 차질을 빚은 것이 그 좋은 예다. 이날 특강이 시작되기 전에 진행된 서구의원 소개와 인사말에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의원들은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짧게는 2분에서 최대 5분 정도 자기소개와 함께 인사말을 했다. 순전히 얼굴 알리기 용이었다.

이날 강의장을 찾은 주민들은 의원들의 인사말이 계속되자 불만을 쏟아냈다. 오후 2시 시작예정이었던 강의가 30분 정도 뒤로 미뤄졌기 때문에 일찍 자리를 떠야했던 시민들은 강의대신 의원들의 인사말을 들어야 했다. 시민들은 “본말이 바뀌었다”며 “내빈소개로 시민들의 진을 빼는 것은 고쳐야할 악습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우리사회는 각종 적폐에 대한 청산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없애야할 허례 중의 하나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내빈소개와 인사말이다. 사실 각종 행사에서 정치인들의 인사말을 귀담아 듣는 주민들은 별로 없다. 같은 내용이 되풀이되는 내빈들의 인사말에 주민들은 짜증이 나기 일쑤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

각종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의 이름을 한꺼번에 소개하고, 무대에 대형화면이 마련된 경우에는 주요 인사들의 인사말을 자막으로 내보는 개선책이 도입돼야 한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중요한 애국가 제창은 생략하면서 인사말에 시간을 허비하는, 비효율?무개념 식전행사 풍경은 바꿔져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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