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 선고 ‘미투 운동’ 폄하 곤란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유력 정치인이 연루된 데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 나온 사실상의 첫 번째 주요 판결이어서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안 전 지사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와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구형받았으나 1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 심리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적어도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업무상 위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무죄 판결이 나오자 여성계 등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을 사회에 알리기까지 수백번 고민을 반복할 피해자들에게 침묵에 대한 강요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위력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조직 내 약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존중돼야 하며, 피해자와 검찰이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상급심의 판단을 지켜볼 일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촉발된 ‘미투’는 가해자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를 넘어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변혁운동이다. 이번 판결이 우리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인 미투 운동의 폄하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이번 일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안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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