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에만 매몰돼 있는 광주

80년 광주의 5·18은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루는데 절대적인 계기가 됐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뿌린 피는 도도한 민주정신의 강이 됐다. 광주 5·18정신은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현하는 세계인의 정신이 되고 있다. 5·18정신은 위대하다. 그리고 희생자들의 숭고한 뜻과 생애는 오래 기억돼야 하고 기념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5·18이 광주의 모든 것은 아니다. 광주에는 외세의 침략군에 항거하던 의(義)와 용(勇)의 정신이 면면히 흐르고 있다. 고려·조선에 걸쳐 왜구와 몽골군, 왜군, 일제에 맞서 수많은 호남의 사림과 의병들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이 땅을 지켰다. 항몽정신과 임란·정유재란 극복정신, 항일의병정신은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의 정신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광주정신은 또한 인류애 정신이기도 하다. 양림동과 봉선동, 방림동 일대는 유진 벨과 서서평 등 외국 선교사들과 최흥종 목사와 최영욱, 노영철씨 등이 헌신적인 이웃사랑을 펼친 곳이다. 전쟁고아와 병자들을 보살폈던 방림동 동광원(귀일원)에서도 정인세, 김준 선생의 협동·자조정신은 한국근대화를 이루는 기본이 됐다.

특히 한센인 환자(나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여기고, 보살피고, 사랑했던 외국인 선교사들과 오방(五放) 최흥종 목사의 박애정신은 참으로 위대했다. 빈민들과 나환자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박흥종 목사는 87세를 일기로 지난 1966년 세상을 하직했다. 최영관 前 전남대교수등이 서둘러 오방기념관이 이제야 세워지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양림·방림·봉선동은 인류애의 발휘는 물론이고 여성교육, 의료발전(광주진료소:광주기독병원), 조선간호협회결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선근대화가 진행된 곳이다. 특히 사랑과 헌신의 대명사인 고흥 소록도가 생겨난 뿌리다. 선교와 교육을 통한 조선계몽운동과 일제의 탄압에 맞서 기독교의 양심과 조선 혼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성지이기도 하다.

‘역사 속의 광주’는 충의의 고장이다. 민초들은 수탈에 시달리면서도 나라가 어려우면 분연히 일어서 목숨을 바쳤다. 근대기에는 병자와 빈민들에 대한 사랑이 꽃을 피웠다. 그런 과거의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노력이 부족하다. 광주가 5·18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은 이런데서 비롯된다. 광주의 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기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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