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오색비빔밥에 할 말 다한 132분 회동

문대통령과 여야 5당 원대대표 청와대 오찬 회동

김성태 “北석탄반입 국정조사”에 “경청한 걸로 하자”

靑, 청년 중소기업이 느티나무로 만든 만년필 선물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 발언하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6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자유한국당 김성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청와대 오찬회동은 16일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탈원전, 드루킹 특검 등 예민한 사안이 오갈 때는 싸늘한 긴장감도 교차했다. 작년 첫 오찬회동 때와 비교하면 외관상으로는 기존 형식에 가까웠다.

사전 대기 장소에 여야 원내대표가 모두 모이면 대통령이 찾아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오찬장소로 함께 이동하는 그림이었다. 정부 출범 9일 만에 열렸던 작년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마중을 나와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었다. 회동 시간은 이날(132분)보다 12분 긴 144분이었다.

한병도 정무수석이 오전 11시 40분께 청와대 입구에서 5당 원내대표를 맞아 사전 환담장소인 충무전실로 안내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김의겸 대변인 등도 함께 이곳에서 둘러앉아 환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시작 2분 전 이곳을 찾아 5당 원내대표들과 일일이 악수한 뒤 오찬장인 인왕실로 함께 자리를 옮겼다. 원형 모양의 헤드테이블에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앉았고 시계방향으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착석했다.

계속된 폭염에 오찬장에도 더운 공기가 가득했는지 이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양복 상의를 벗어젖혔다. 헤드테이블 양쪽에 별도로 마련된 사각테이블에는 5당 원내대변인도 자리했다.

오찬 메인 메뉴는 ‘오색 비빔밥’. 5당의 대표색과 동일한 식재료를 사용, 여야 협치를 강조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작년 회동 때도 통합을 의미하는 비빔밥이 등장했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파란색 물이 많이 나오는 식용꽃 블루버터플라이, 한국당은 붉은색의 무생채, 바른미래당은 민트색에 가까운 애호박 무침, 민주평화당은 초록빛의 엄나물, 정의당은 계란 노른자 지단을 이용해 상징한 비빔밥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비빔밥을 식재료를 젓가락으로 집으며 자기당 색을 구별했는데 바른미래당 색은 찾기가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고 한다. 말복을 맞아 식전에는 삼계죽도 나왔다.

문 대통령과 원내대표들은 상석이 따로 없는 원탁에서 식사하며 시종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편안한 분위기였다고 입을 모으나 비공개 회동에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 드루킹 특검, 탈원전 등을 소재로 ‘집중 질의’할 때는 적잖은 긴장감도 흘렀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북한산 석탄반입 문제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합의문에 ‘탈원전 재고 입장’을 넣자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주장에 “그것은 제가 김 대표님의 의견을 잘 경청한 것으로 하죠”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회동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과 김 원내대표만 30분 가까이 주거니 받거니 격론을 벌였다”며 “남북회담 문제와 북한산 석탄반입 문제, 비핵화 논쟁 등 두루 토론했는데 얼굴을 붉힌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현안 관련 토론을 하는 와중에는 간혹 농담도 오갔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외롭다. 계속 1대 4로 싸운다. 바른미래당이 어떨 땐 야당이고 어떨 땐 여당이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도저히 야당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토로하자 김관영 원내대표는 “우린 야당이다. (한국당의) 우군”이라고 답해 참석자 모두 크게 웃었다고 한다.

냉 오미자차와 계절과일을 후식으로 오찬이 마무리될 즈음 정의당은 문 대통령에게 고(故) 노회찬 의원의 저서인 『노회찬 작심하고 말하다.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를 선물하기도 했다. 유족인 김지선 여사를 대신해 윤 직무대행이 대신 전달한 것이었다. 작년 회동 때 노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느티나무로 만든 만년필을 5당 원내대표에 선물했다. 청년 중소기업이 만든 만년필로, 5당 원내대표의 이름을 각각 새겼다고 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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