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성공하려면…
 

민선 7기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취임한지 50여일 지났다. 아직 백일도 안됐기 때문에 이 시장과 김 지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은 기초나 광역 여부를 떠나 결코 시험무대나 밀월기간을 둘 수 없어 밤낮으로 뛰고 있다. 누구보다도 더 간절하게 시장과 지사가 되길 원했으며, 지역민들 역시 기대를 모았던 두 사람이다.

사실 이용섭 시장과 김영록 지사의 경력은 역대 어느 시장·지사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화려하다 못해 넘쳐난다. 이 시장은 행시 14회로 18·19대 국회의원, 건설교통부 장관·행정자치부 장관·국세청장·관세청장 등을 역임했다. 정·관계를 두루 거친 전남 함평 출신 인재다. 김 지사도 이에 못지 않다. 행시 21회로 18·19대 국회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전남도 행정부지사 등을 지낸 완도 출신 큰 재목이다.

이 시장은 같은 행시 출신 후배인 정종제(32회) 행정부시장까지 곁에 두고 있다. 시장과 부시장은 ‘정의롭게 풍요로운 광주’를 건설하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지사도 행시 30회인 박병호 행정부지사를 영입하면서 ‘내 삶이 바뀌는 전남 행복시대’를 이끌 투톱체제를 출범시켰다.

시·도지사의 출발은 좋은 편이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김산 무안군수와 함께 지난 20일 전남도청에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광주 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날 협약에서는 빠졌으나 앞으로 광주 軍공항의 전남 이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전공대 설립과 광주·전남에너지밸리 조성 등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 광주·전남 공동 발전 못지 않게 지역별 현안도 수두룩하다. 광주의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일자리 창출, 전남의 인구절벽 해소와 농어촌 경제 회생 등은 시·도지사에게 주어진 큰 짐이다.

다소 걱정스러운 것은 출중한 경력에 비해 양 시·도지사의 추진력과 결단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시·도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주요 현안을 추진하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큰 그림’도 그릴 수 없다. 앞으로 광주·전남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큰 그림이 나오지 않으면 ‘풍요롭고 행복한 광주·전남’은 기대하기 어렵다. 광주·전남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현안에 대해서는 강단지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평가가 다를 수도 있지만 광주 광산업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건설 등을 주도한 박광태 광주시장(2002년 7월 1일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 재임)의 두둑한 배짱과 뚝심을 배워야 한다. 여수엑스포 개최와 전남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확충에 올인한 허경만 전남지사(1995년 7월 1일부터 2002년 6월 30일까지 재임)의 강한 집념과 혜안(慧眼)도 되새겨 봐야 한다. 그래서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역대 시장·지사들을 정기적이거나 비정기적으로 만나 그들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고위 관료출신인 시·도지사가 성공하려면 직원들과의 믿음과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시·도지사는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공직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의 잘못까지 감싸줄 수 있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공직자들도 시·도지사를 믿고 따르면서 시정과 도정에 전념해야 더 나은 광주·전남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치(內治)는 부시장·부지사에게 맡기고 외치(外治)에 전념하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 남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주사급(主事級) 시장·도지사’란 오명을 쓸 수도 있다.

언제 광주·전남이 부귀영화를 누렸는가. 우리 50대와 60대도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 고무신 공장으로 떠났다. 구로공단 등에 취직해 ‘공돌이’, ‘공순이’란 괄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꿋꿋하게 살았다. 삶이 나아지지 않았으나 전라도 사람이란 자부심은 잃지 않았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6·13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한뿌리인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몸과 마음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줄 책임도 져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적인 시·도지사가 될 것으로 믿는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와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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