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남북 동포애로 하나되다…경기장 곳곳서 ‘작은 통일’

北 선수들 한국팬에 덕담…사진촬영·사인도 흔쾌히 수락

‘한반도기’ 흔들며 공동응원전…한반도 평화분위기 실감
 

AG에서 싹 트는 남북의 우정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A조 예선 남북단일팀 대 인도네시아의 경기. 잠시 교체로 벤치에 앉은 남북 단일팀의 북측 로숙영(왼쪽)과 남측 김한별이 장난을 치고 있다./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20일 오전(현지시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과 인도의 경기를 응원하던 중 손을 잡고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과 북이 하나되는 ‘작은 통일’이 이뤄지고 있다. 남북한이 함께 응원을 펼치고, 선수들은 덕담과 격려를 건네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21일 북한 박영미가 레슬링 여자 자유형 53kg에서 금메달을 차지하자 경기장에는 평창올림픽을 떠올리게 하는 “영미야”를 외치는 북측 관계자들의 응원 소리가 경기장을 채웠다. 관중석에 자리한 수십 명의 한국 응원단도 “힘내라”를 외치며 힘을 더했다. 경기 후 박영미는 ‘한국에서도 영미가 유명한 것을 아느냐’라는 질문에 “그렇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수줍게 웃었다. 그는 ‘한국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끝까지 열심히 하면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여자 역도 리성금은 한국팬에도 금빛 팬서비스를 보여줬다. 리성금은 역도 여자 48kg급 시상식이 끝난 뒤 북측 임원진이 자리잡은 관중석으로 향했다. 이 때 단일팀 응원단이 다가가 사진찍기를 권하자 리성금은 흔쾌히 응했다. 이름을 물으며 사인을 하고 대화를 나누다 크게 웃기도 했다. 리성금은 인터뷰에서 “팬들의 응원에 감개무량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남북한 고위층 인사들은 함께 경기를 보며 응원을 펼쳤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과 인도 경기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김일국 북한 체육상,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나란히 경기를 관람했다. 이 모습들은 올 초까지만해도 상상속에서만 맴돌면 장면들로 4.27남북한 판문점 정상회담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북한 선수단의 화합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개·폐회식 공동입장이 성사됐다. 여자농구와 카누, 조정 등 3개 종목은 단일팀이 구성돼 북측 선수들이 한국에서 공동 훈련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남북한 선수단은 경기장 곳곳에서 ‘남과 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하나된 동포애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의 세번째 경기인 카자흐스탄전에는 1·2차전보다 더 많은 200여 명의 남북한 교민 응원단이 한반도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맞춰 입고 ‘이겨라 코리아’, ‘힘내라 코리아’를 연호하며 선수들에게 힘을 실었다. 이에 선수들은 화답하듯 선전하며 85-57로 승리, 8강에 진출했다.

조정 남자 무타포어에 출전한 단일팀도 하나된 힘으로 결선에 진출에 성공했다.

박태현, 김수민(이상 해양경찰청)과 북측 선수들인 윤철진, 김철진 등 네 명으로 구성된 단일팀은 21일 조정 남자 무타포어 패자부활전에서 7분 08초 12를 기록했다. 5개국이 출전한 패자부활전에서 베트남(7분 17초 24)을 제친 단일팀은 상위 4개국에 주는 결선 티켓을 확보했다.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남북 단일팀은 오는 25일 남녀 200m 첫 경기를 시작으로 26일 남녀 500m, 27일 남자 1,000m 경기에 출전, 메달 사냥을 노린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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