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47. 고흥 김종율씨>

47.‘파프리카’김종율 흥양영농조합 대표

네덜란드 재배기술 도입 ‘1세대’선구자 역할

전국 최초 ‘연약지반 파일공법’도입 위기 극복

빗물, 농업에 활용 ‘양액재배’로 친환경 각광

“원예작물 수출전문단지 조성 꿈” 각오 다져
 

전남 고흥군 흥양영농조합 김종율(67) 대표는 유리온실에서 파프리카 600t을 생산해 전량 일본에 수출, 한 해 18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 고흥군 신양간척지에 위치한 흥양영농조합 유리온실 단지 전경. /전남도 제공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양간척지에 자리한 5.1㏊ 규모의 유리온실에는 형형색색의 파프리카가 1년 내내 수확되고 있다. 특히 유리온실 내 파프리카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크게 자란다. 잘 정리된 통로를 따라 좌우로 늘어선 파프리카의 뿌리 부분에 흙이 잘 보이지 않아 신기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흥양영농조합 김종율(67) 대표가 파프리카 왕국의 첫 씨앗을 뿌린 농장이다. 김 대표는 이 유리온실에서 파프리카 600t을 생산해 전량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사실 파프리카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건 2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1994년 제주도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한진그룹 계열의 제동흥산㈜이 항공기 기내식으로 공급하기 위해 재배한 게 시초다. 이후 영호남 농업인들이 네덜란드에 가서 재배기술 등을 배워와 본격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김 대표가 바로 1세대 선구자인 셈이다.
 

흥양영농조합 작업장에서 파프리카 등을 포장하는 모습. /전남도 제공

■간척지 특성 파일공법 도입 난관돌파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고흥군 도덕면 가야리 일대 신양간척지에 전국 최초로 ‘연약지반 파일공법’으로 유리온실 2㏊를 설치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파프리카 유리온실 5.1㏊와 토마토 유리온실 3.4㏊를 갖추고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다. 연간 파프리카 600t, 토마토 1천500t을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고흥은 지리적인 여건이 좋다”면서 “고흥은 겨울철 평균기온이 다른 지역에 비해 2도 정도 높고 일조량도 풍부해 시설원예의 최적지다”라고 말했다. 지리적 여건이 좋다는 김 대표의 말처럼 최근 주변엔 한라봉 등 아열대작물 재배도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런 여건 이외에도 흥양영농조합의 성공엔 김 대표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 있다.

김 대표는 “처음 간척지에 온실을 지었다가 지반이 침하되면서 엄청난 손해를 봤다”며 “이후 네덜란드의 ‘파일공법’으로 다시 세운 것이다”고 밝혔다.

당시 우리나라엔 파일공법에 관해 아는 이가 전무했다. 네덜란드의 컨설턴트로부터 자문을 받아 온실을 완성하고 각종 시스템 도입도 덩달아 도움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하던 그가 농사를 짓게 된 것은 자동화·기계화 된 선진 외국농업에서 받은 경이로운 충격 때문이었다.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이나 시설을 도입한다면 생산성이나 경세성 등 우리 농업에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의 첨단화 농업에 대한 관심은 누구보다 높다. 지역 냉난방시스템 등을 과감히 도입, 난방비 등 경영비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빗물, 농업에 최초 활용

특히 김 대표는 ‘빗물’을 농업에 최초로 활용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유리온실 옆에 자리잡고 있는 2개의 저장고에 섞고 배양액을 만들어 작물에 공급한다. 바로 ‘양액재배’다. 양액재배는 장치화와 기계화 등으로 규모 확대가 가능해 기업화가 쉽다. 또 작업환경이 깨끗하고, 환경친화형 농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설 과채류는 특성상 친화경인증이 쉽지 않음에도 지난 2010년 파프리카 재배면적 2.5㏊의 저농약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 저농약 인증을 전체 면적으로 확대하고, 인증 단계도 무농약으로 한 단계 높여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키워낸 파프리카는 일본으로 전량 수출하고, 토마토는 대형마트로 전량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원예농가에 재배기술 전파에도 힘쓰고 있다.

흥양영농조합에는 유리온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매년 2천명 이상 다녀간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몽골 등지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온다. 현장을 떠날 수 없어 강의를 나가지 못하는 김 대표는 분기 1회 이상 간담회 등을 통해 관련 농업기술과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파프리카.

■최고 전문수출단지 조성 목표

김 대표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수출 전문 스마트팜 온실신축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시설원예작물의 수출확대를 목적으로 채소·화훼류를 재배해 일정 규모 이상을 수출하는 농업인·농업법인·생산자단체를 선정,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자동으로 원격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스마트팜’을 구축하게 되면 생산량은 늘고 노동력은 절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수출 농가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생산은 생산자가 하고, 가공과 판매의 영역은 생산과 구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에 뛰어들기 전 경험했던 수산물 가공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김 대표는 “농사꾼은 생산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생산을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도 많아 다른 일들은 정부나 농협이 나눠서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문성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게다가 김 대표는 최근 또 다른 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원예작물의 수출전문단지를 조성하는 일에 힘을 보태는 일이다. 고흥의 기후적 장점을 살려 간척지에 마련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많은 농가가 참여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수출단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파프리카는 시원하고 달달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그만이다. 카레나 샐러드, 볶음요리에 주로 넣어 먹지만, 최근에는 “다이어트에도 좋고, 맛도 있어 온 가족이 과일처럼 즐기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비타민 C는 딸기의 4배, 시금치의 5배나 된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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