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호남대학교 교수의 남도일보 ‘화요세평’

여야의 소득주도성장 논쟁

김성진(호남대학교 교수)

김성진 호남대 교수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는 곳곳에서 경고등을 켜고 있다. 지난 2분기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향후 성장가능성을 가늠케 해주는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6.6% 줄어들어 2년 3개월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더욱이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과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취업자수가 8년 만에 최저치를, 소득분배가 10년만에 최악으로 악화되었다.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로서는 뼈아픈 지표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고용을 포함한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당·청의 경제수장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의 고용부진이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 때문으로 규정하고 핵심정책인 ‘최저임금인상’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공세에 대해 최근의 경제지표 악화는 구조적이고 복합적 요인에 의한 것 이라며 야당이 무리한 비판을 하고 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국민들은 일자리가 줄고 살림살이가 팍팍해 살기가 힘든데 정치권은 여야간 남 탓만 하고 있어 볼썽사납다. 물론 부진한 경제지표의 원인을 따지는 것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본연의 임무이기는 하다. 그러나 경제지표의 부진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여 해결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책임공방만 하고 있는 여야를 보고 있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세계경제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한국경제의 체질이 많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 경제는 대기업과 수출주도 중심의 산업화를 기반으로 고속 성장해 왔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은 수반되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의 성장률은 급속하게 둔화되면서 일자리 창출기반은 약화되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선도해 오던 대기업들도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국내공장도 IT기술을 활용한 자동화로 인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었다. 그 결과 수출이 늘어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대기업의 매출은 늘어도 그 온기가 국민들의 소득향상과는 연계되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양극화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일자리 창출기반도 허약해진 이유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조차 재분배 복지정책을 확대하였으나 소득양극화는 나아지지 않았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지속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고용없는 성장과 소득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한편, 세계에서 유래가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구조의 변화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요인이다. 지난해부터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수요기반을 잠식하고 있고,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20대 후반이 되어 고용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어 청년고용환경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초연결·초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의 여건변화도 제조업중심의 우리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도전이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되면 기존 주력산업의 일자리는 많이 줄어 들게 되고 구조 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ICT를 기반으로 한 초연결·초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우리경제의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기반은 더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눈앞의 경제지표를 두고 책임공방을 할 때가 아니다. 우리 경제의 체질약화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미 예견되어 왔다. 야당이라고 책임을 피해갈수 없다. 더욱이 정부와 여당은 현재의 경제지표 악화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따져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내야할 책임이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대기업과 수출중심의 성장정책으로 초래된 현재의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인상’과 같은 소득주도성장정책의 각론들이 현재의 경제지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만 치부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4차산업혁명의 진행, 대기업과 수출주도 중심 경제구조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10년을 내다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사안들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10년 후 우리경제는 지금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다. 일자리는 정쟁의 논란 대상이 아니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삶의 현장이다. 남 탓 책임공방만 할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들의 어려움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내는 책임지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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