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장의 일본 큐슈 탐방기>

하카타의 캐널시티. 후쿠오카의 주요 관광지로 지난 1996년 도지재개발 프로젝트로 지여진 복합 문화시설이다.
김영집지역미래연구원장
남도일보는 지방분권시대 지역발전의 방법을 찾기 위해 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장의 일본 큐슈지방 탐방기를 3회 연재한다. 1회는 ‘지역발전 모델을 찾아서 후쿠오카, 다케오, 유후인에 가다’, 2회는 ‘자동차산업 활성화를 위하여 기타큐슈 자동차공업도시에 가다’, 3회는 ‘지방자치와 평화를 찾아서 나가사키, 시모노세키에 가다’ 등이다.

① 지역발전모델을 찾아서 후쿠오카, 다케오, 유후인에 가다

후쿠오카시, 큐슈의 정치·경제·문화 중추도시

다케오시, 지역명소로 탄생한 시립도서관 ‘눈길’

유후인은 산촌에서 세계적 관광지로 탈바꿈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이 강화되고 있다. 반면에 지역은 지방소멸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위기이면서 기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지역의 재생과 발전의 길은 무엇인가?

한 달 전 중국 선전시를 다녀오며 지역경제발전의 동력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살펴본 적이 있다. 선전은 이미 거대도시로 발전했다. 보다 유사한 지역을 찾다 전에 광주시 자동차밸리추진위원회에서 일한 적이 있던 정종현 목포대 교수가 일본 큐슈(九州)지방 탐방을 권했다. 바로 가방 하나를 들쳐 메고 지난 8월 21일 무안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기타큐슈 공항으로 갔다. 1시간 10분 정도의 짧은 거리다. 사실 큐슈 나가사키현 쓰시마는 부산과 50㎞밖에 되지 않는다. 큐슈는 가야나 백제시대부터 교류가 많았고, 우리와 침략과 전쟁이라는 아픈 상처도 많았던 곳이다. 특히 고려와 조선시대의 도공들이 많이 건너가 우리나라의 도자기예술이 일본에서 활발하게 꽃피운 도시로 지금도 큐슈 도자기의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기타큐슈 고쿠라역에서 JR 열차를 타고 후쿠오카 하카타(博多)역에 내렸다. 하카타 구(區)는 중세무역도시로 번창했던 지역으로 후쿠오카시(福岡市)중에서도 동장사, 승천사, 성복사 등의 사찰과 고분, 성터를 비롯한 문화유적이 많은 도시다. 이를 활용하여 후쿠오카시는 ‘역사와 문화재를 살리는 지역만들기’를 추진하고 있었다.

또 ‘하카타 구시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구시가 역사문화를 고려하여 길을 만들고 유적지를 활용해서 구시가관광명소를 만드는 일을 민관합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주목할 만했다. 우리 지역에서도 목포시나 나주시, 광주광역시는 이런 근현대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구시가 도시재생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후인 거리. 오이타현 중간쯤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로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찾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하카타의 ‘캐널시티 Canal City’는 후쿠오카의 주요 관광지로 1996년에 도시재개발 프로젝트로 지어졌는데 약 4만3천500평의 옛 공장부지에, 180m의 운하를 따라 쇼핑몰, 영화관, 극장, 오락시설, 2개의 호텔, 사무실, 식당들이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 모여 있는 복합 문화시설이다. 강남의 코엑스 몰과 같은 곳인데 서울시와 비교해 볼 때 인구 150여만명의 후쿠오카시에 이런 대형시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이 몰의 컨셉은 ‘도시의 극장’으로 건물이나 시설이 주인이 아니라 사람이 몰의 주인이자 관객이 되어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쉬고 여러 이야기들을 만드는 공간이라는 의미라고 하니 몰이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사랑하는 시설이 된 듯 하다.

지난 2013년 다케오시가 리모델링해 개관한 ‘다케오시립도서관’.
광주시 유스퀘어가 이와 비슷하긴 하나 터미널과 백화점측 상업성을 극복해 업그레이드해야 할듯하고, 향후 광주역이나 송정리역 재개발에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쿠오카 시에서 건네 준 ‘후쿠오카 프로젝트’라는 자료에 따르면 작년도 시정의식조사에서 시민 97.4%가 후쿠오카시가 좋고, 96%가 살고 싶고, 92.8%가 계속 거주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전국 100개도시를 대상으로 한 성장가능성도시랭킹에서 후쿠오카시는 종합 2위, 잠재력 1위 도시로 나타났다.

후쿠오카는 ‘생활의 질 향상’과 ‘도시의 성장’의 선순환을 창출하는 것을 도시경영기본전략으로 내걸고, ‘사람과 환경과 도시활력의 조화를 이룬 아시아의 리더도시’실현을 목표로 현재 ‘후쿠오카 NEXT프로젝트’를 열심히 추진중이다.

시 직원은 ①지역과 기업, NPO, 대학이 협력하는 공동으로 도시를 창조하는 지역만들기 ②차세대를 담당하는 아이들과 글로벌 인재 육성 ③후쿠오카의 성장을 견인하는 관광 · MICE 도심부 기능 강화 추진 ④사람과 기업을 유치 스타트업(창업)도시 만들기라는 4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말한다. 인구규모는 비슷하지만 훨씬 뒤 떨어진 광주시가 후쿠오카의 도시발전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후쿠오카를 뒤로 하고 방문한 도시는 인구 5만명의 작은 도시 다케오시(武雄市)였다. 원래 일정이 맞지 않아 가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큐슈를 여행하는 한국인 청년 두 명이 창조도시를 보려면 다케오시 시립도서관을 꼭 방문해 보라고 추천하여 일정을 변경해 찾게 되었다. 다케오역에서 지도를 살펴보다 안경을 잃고 말았는데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다행히 역직원이 취득했다 주는 친절을 베풀어 도시 인상이 더욱 좋아지기도 했다.

하카타구시가프로젝트
온천 말고는 특별하지 않는 우리로 말하면 작은 군에 아주 특별한 시설이 생겼다. 2013년에 다케오시가 리모델링해 개관한 ‘다케오시립도서관’은 일거에 일본의 지역명소로 탄생했고 지금은 일본뿐 아닌 전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5만명 도시에 한해 100만명이 도서관을 이용한다니 이 도서관 하나로 지역민의 교양문화수준이 높아지고, 엄청난 관광객들이 유치되었고, 지역이 유명해졌다.

리모델링 전인 2012년 이 도서관의 이용률은 20%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케오시장은 이런 정도의 이용자를 위해 세금을 쓰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여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최고경영자 ‘마스다 무네아키’를 찾아가 도서관 관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 성공한 ‘츠타야서점’을 표본으로 도서관에 새 옷을 갈아 입혔다.

변화는 크게 3가지였다. 첫째, 기존 10시에서 18시라는 개관 시간을 9시에서 21시까지 연장했다. 그리고 연중무휴로 바꿨다. 둘째, 편하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친환경 커피숍, 영상소프트웨어공간 등 편안한 공간으로 인테리어를 전면 변화시켰다. 셋째, 고객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대여 구매 동시가능, 개가식운영 등 방식을 바꿨다. 그리고 이 혁신은 대박을 터뜨렸다. 한 아이디어의 혁신이 지역발전의 동력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다케오시도 산촌인데 이제 더욱 깊은 산촌인 유후인(湯布院)마을로 출발했다. 오이타(大分)현 가운데쯤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아주 유명한 마을이다. 또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성공적 지역발전모델로 벤치마킹하는 대상이다.

다케오시에서 JR 열차를 타고 토스역, 구루메역을 환승하여 갔더니 거의 3시간정도 걸려 유후인역에 도착할 때는 밤 9시가 넘고 말았다.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닫을 시간이라 숙소부터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유후인 유스호스텔의 주인이 역에 차를 몰고 와 데려가 겨우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숙소가 시내에서 좀 떨어진 산에 있고 일본 전통 마루에 다다미 방, 따뜻한 온천탕까지 있어 매우 편했다.

유후인마을 성공사례는 다른 곳에 많이 소개되어 내가 본 점에 대해서만 간략하면 말하면 다음 세가지다. 첫째, 유후인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을 유지하고 있다. 1952년 댐건설계획 반대운동으로부터 주민들이 마을의 주인으로 나서 지역을 만들었다. 그 운동의 리더였던 이와오 히데카즈(岩男顯) 마을 촌장은 ‘온천산업과 자연의 융합’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었다. 건물의 고도제한, 댐 건설 금지, 리조트 개발 금지등이 그 결과로 나타났다.

둘째, 민관협동에 의한 국민보양온천지 관광지역만들기의 성공이다. 일명 쿠아오르트(보양지) 관광지 구상을 만들었고 온천, 스포츠, 예술, 문화, 자연환경을 모두 갖춘 생활환경을 정비했다. 그들은 “가장 살기좋은 마을이야말로 우수한 관광지다”라고 했다. 셋째, 지역발전을 위한 프로젝트가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계획들이었다. 마을만들기만이 아니라 ‘유후인 음악제’, ‘유후인 영화제’ 등도 여는데 어느 것 하나 일회적으로 동원하고, 업체에 위탁하는 한국형 지역개발 사례와는 다른 것이었다.

긴린호(金鱗湖)를 한 바퀴 돌고 약 2㎞의 마을 관광거리를 걸으며 구경을 하다 마침 역 근처 공공도서관에서 열리는 유휴인 영화제 첫날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우리도 각 시·군에서 많은 마을만들기도 하고, 지역축제도 열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성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유후인에서 찾은 답은 그것은 동원형 이벤트가 아니라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만드는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라는 것이었다. 유후인 마을에 아파트 하나 없다는 것이 어찌나 큰 편안함을 주던지 다녀온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