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는 광주아파트성(城)?

형광석<목포과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헬리콥터를 타고 내려다보면, 광주광역시 도시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관찰자의 첫마디 말은 무엇일까?

출근할 때 광주와 목포 간 국도를 거의 타지 않는다. 평소 아침에 필자가 주로 이용하는 길은 봉선동에서 제2순환도로를 타고 가다가 극락강을 지나 광주와 무안 간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도로이다. 이 경로에서 극락강을 건너면, 바로 거대한 성이 눈에 부딪힌다.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가 정면을 가로막는 형국이다. 앞이 꽉 막혀 저 먼 곳이 보이지 않는다. 동서냉전 시대에 넘지 못할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만난 듯 답답하다. 신창지구, 수완지구 등에 우뚝우뚝 선 고층아파트군(群)은 그렇게 다가온다.

환경 측면에서 저 아파트군의 순기능은 무엇일까? 방풍림처럼 광주에 불어오는 북서풍을 막아주는 방풍 아파트군으로써 역할을 할까? 그렇다면, 그 이익은 부담 주체가 불분명한 사회적 비용보다 많을까? 그 일대를 지나치노라면, 대개 스쳐 가는 생각이다.

해름 참에 빛가람혁신도시에서 남평을 지나 효천역 방향으로 오는 도로를 타고 오면, 마치 광주의 남부지역을 방어하는 듯한 거대한 성이 드디어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한두 달 전부터 그 길을 타고 오면 남한산성과 같은 산성 안으로 진입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소수일까?

필자의 견문이 짧은 탓인지, 지원동에서 화순 너릿재로 가는 길의 주변은 계곡으로 비친다. 그 폭이 조금 커서 누군가는 계곡이 아니라고 우김질할 마음이 불뚝 일어날 거다. 어쨌든, 그 계곡은 바람의 통로로 보인다. 그곳에 이미 고층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서 아파트군을 형성했다. 옛 정취는 사진에서나 느끼겠지 싶다.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전략적 방책인가? 아파트성이 도시에 이미 들어온 좋은 바람을 저장하고 감춰주는 역할을 한다면, 광주광역시는 양택(陽宅)으로서 풍수지리상 예전보다 만물이 살기에 더 적합한 터전이 되었을까? 좋은 기풍의 저장에 못지않게 시간의 떠나감에 따라 자연 발생하는 썩은 기풍을 제 때에 제대로 뱉어내야 한다. 말하자면, 장풍과 송풍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숯불구이 전문식당에서 맑은 기를 보충하려다가 송풍이 안 되면 어찌 될까? 답하는 일은 헛수고이다. 건강 척도인 3고, 이른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에서 ‘잘 싸고’가 으뜸이다. 배설이 안 되면, 출력이 부실하면, 입력과 저장은 독을 집어넣고 품는 짓이다. 그래서일까? <대학>의 경1장은 ‘사유종시’(事有終始)를 말한다. 일에는 마침과 시작이 있다. 일의 시작보다는 마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음식을 먹기 전에 소화과정의 마지막인 잘 쌀지를 생각하는 바와 같다. 변비로 고생하는 분은 실감하리라.

한편 단독 주택이나 아파트 밖으로 나와 평지에서 무등산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차를 몰고 상당히 멀리 가거나 고층아파트의 고층으로 올라가는 수고를 들여야 무등산은 내게 다가온다. 혹시 518미터 높이의 초고층아파트가 지어진다면, 우선 초고층 임대·분양 신청자가 적지 않으리라. 얼마 전까지 무등산의 풍경은 광주의 어디서나 돈 안 들이고 누구나 즐기는 자유재(自由財)였다면, 이제는 시간과 공력을 투입해야 하는 경제재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삶의 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이 글에서 아파트성(城)은 아파트로 이뤄진 도시(city), 또는 아파트라는 성(castle)의 뜻으로 쓰였다. 상공에서 바라본 관찰자의 첫소리가 ‘광주아파트성’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영민한 민선 7기 광주광역시 지방정부는 적어도 ‘광주아파트성’이 장래 도시풍경으로 응고되지 않도록 이미 구상하리라 믿는다. 이해관계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선진지역(developed country) 여부를 가리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아파트 신축 중’이라 생각한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바람이 통하고, 청년들이 아침에 일어나 무등산을 ‘큰 바위 얼굴’처럼 바라보며 지성, 감성, 야성을 기르는 터전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지금의 광주광역시 도시경관을 탈바꿈하려는 모색은 필요하다. 만시지탄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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