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자동차산업 활성화를 위하여 기타큐슈 자동차공업도시에 가다’

<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장의 일본 큐슈 탐방기>
 

남도일보는 지방분권시대 지역발전의 방법을 찾기 위해 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장의 일본 큐슈지방 탐방기를 3회 연재하고 있다. 1회는 ‘지역발전 모델을 찾아서 후쿠오카, 다케오, 유후인에 가다’, 2회는 ‘자동차산업 활성화를 위하여 기타큐슈 자동차공업도시에 가다’, 3회는 ‘지방자치와 평화를 찾아서 나가사키, 시모노세키에 가다’ 등이다.

②‘자동차산업 활성화를 위하여 기타큐슈 자동차공업도시에 가다’

노사민정 협력·인력양성이 강점…광주형 일자리 퍼즐 맞춰야

2011년 유네스코 녹색성장도시로 지정

역사자원 세계문화유산등재후 관광화

‘조선 노동자 강제징용’ 미이케 탄광도

광주시, 기타큐슈시 자동차산업 벤치마킹

무안국제공항에서 기타큐슈공항까지는 1시간10분 정도의 거리다. 기타큐수시(北九州市)는 큐수지방 최북단에 위치해 있고, 후쿠오카현에 소속된 일본의 정령지정도시중 하나다.

내가 기타큐슈시에 도착했을 때 태풍이 몰아오고 있었다. 뉴스는 큐슈지방에 폭풍과 폭우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다음날 바람만 불뿐 화창한 날씨였다.
 

고쿠라성과 리버워크기타큐슈. 고쿠라성은 에도시대부터 번창했던 도시였음을 보여주는 위용을 지니고 있다.

고쿠라역쪽에서 무라사키강의 다리를 건너며 기타큐슈가 ‘회색의 도시’를 ‘녹색의 도시’로 바꾼 환경도시라는 걸 떠올렸다. 우리나라 울산시가 자동차, 조선공장 등 공해도시에서 환경도시로 바꾸고 ‘태화강’이 고기가 사는 맑은 강으로 바뀐 것과 같았다.

기타큐슈는 1960년 일본 4대 공업지대중 하나였다. 시는 ‘기타큐슈시 환경모델도시 행동계획(기타큐슈 그린프런티어 플랜)’을 실행하고 있었는데, 중심시가지부터 저탄소화 및 태양광발전, 전기자동차, LED등 신에너지를 도입하는 방법으로 ‘무라사키강 에코리버 조성’ ‘조노지구 저탄소 선진모델지구 형성’ ‘아시아 저탄소화 센터’를 조성하고 있었다. 2011년 OECD가 기타큐슈를 녹색성장도시로 지정했다고 한다.

공해극복은 최초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한 어머니들의 시민운동에서 시작했고, 시민 기업 행정의 파트너십에 의한 노력과 국가의 법률보다 엄격한 ‘기타큐슈시 공해방지조례’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강을 건너 고쿠라성으로 가는 길에 ‘리버워크 기타큐슈’라는 큰 건물이 나타났다. 2003년 도시활성화정책의 하나로 탄생한 대규모 복합 상업문화시설인데 NHK방송국, 기타큐슈 예술극장, 시립미술관분관, 영화관 등 쇼핑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고쿠라성 정원.

고쿠라성은 에도시대부터 번창했던 도시였음을 보여주는 위용이 있었는데 방문할 때 수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성 앞 정원에서 작은 평화의 비를 보게 되었는데 기타큐슈시의 기막힌 역사의 한순간을 보여주는 비였다. 1945년 8월 일본에 원폭을 투하하려는 미국의 투하지점은 원래 기타큐슈였다. 그런데 이날 시계가 흐려 원폭은 기타큐슈가 아닌 나가사키에 투하되었고, 이에 기타큐슈 시민들이 나가사키 시민들을 위로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비를 세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드라마틱한 사건도 있을까!

그래서 다행히 기타큐슈의 역사문화유산은 그대로 보존이 되어 특히 메이지(明治)시대부터 발달한 제철, 조선, 석탄공장인 동양 제1의 국영 야하타제철소와 히가시다 제1고로, 온가강 양수장, 미히케 탄광 및 항구 등 일본의 근대산업혁명유산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야하타 제철소, 미이케 탄광은 일제때 조선의 노동자들이 강제징용으로 끌려와 일한 곳이기도 하다.

시는 이를 활용하여 스페이스역 일대에 ‘기타큐슈 세계유산의 거리’를 만들고, 이런 산업혁명유산들과 더불어 현대적인 이노치노타비 자연사역사박물관, 이노베이션갤러리, 환경뮤지엄 등을 견학 가능한 관광지로 만든 것은 참 특색이 있었다. 근현대의 문화유산속에서 한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게 만든 발상 자체가 의미 있다.

인구 94만6천명의 기타큐슈시는 ‘사람과 문화를 육성하고 세계로 연결된 환경과 기술의 도시’를 목표로 환경수도, 기술수도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그중 환경과 문화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내가 기타큐슈를 방문한 본질적인 목적은 그것보다는 기타큐슈의 자동차공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 것이었다.

3년전쯤 광주 자동차산업을 키우는데 기타큐슈가 벤치마킹 모델로 떠올랐다. 2016년 9월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기타큐슈시를 방문하고 교류협력을 협의했다.

그리고 나서 2년이 흐른 지금 광주시는 현대기아자동차 평균임금의 절반정도인 연봉 4천만원정도의 임금으로 완성형 자동차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광주형 일자리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기타큐슈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큐슈자동차공장 현황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광주시와 현대차 등이 합작 투자해 만들려 하는 광주형 일자리 자동차공장은 양질의 일자리에 충족되지 못한 조건에 대한노동계의 반대와 최근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관세를 추진하고 있어 난항에 직면한 채 추진되고 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기타큐슈에서 벤치마킹한 이 모델은 정말 바람직한 것일까? 나는 그 답을 찾아야만 했다.

기타큐슈시청으로 향했다. 시 산업경제국을 방문해 기업입지와 자동차산업을 담당하는 3명의 직원들을 만나 현황을 묻고 자료를 받았다. 예정에 없이 갑작스럽게 방문한 탐방자를 시직원들은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시는 기타큐슈가 자동차메카로 159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 기준으로 살펴보면 도요타자동차 자회사인 도요타자동차기타큐슈의 미야다공장 43만대(렉서스생산), 도요타자동차 기타큐슈의 코쿠라공장 22만5천기(하이브리드용트랜스액셀), 칸다공장 44만기(엔진)와 닛산자동차 큐슈공장 53만대(X-TRAIL, 로그, 세레나등), 닛산차체큐슈 17만대(패트롤, 캐러반등), 마쓰다 호후공장이 48만대를 생산한다. 이와 함께 기타큐슈 자동차 생산대수도 전년대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히가시다 제1고로(위)와 야하타제철사무소..

큐슈는 쇠퇴하는 석탄, 전자산업 등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찾기위해 지난 1970년대 초부터 후쿠오카현과 기타큐슈시에서 적극적 기업유치활동을 벌였다. 그 결과 73년 닛산자동차, 90년 도요타자동차, 98년 다이하츠공업, 그리고 2005년 도요타자동차 엔진과 하이브리드 공장 등 자동차산업유치와 집적을 이루어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무엇보다 도로, 항만, 공업단지 등의 인프라를 조성하고, 과감한 기업보조금 정책으로 현재 180만대 생산을 목표로 자동차산업 육성에 올인한 지자체의 노력이 가장 중요했다.

큐슈로 진출한 닛빠즈 큐슈 자동차사 에노모토 히데토 대표는 북큐슈 진출이유에 대해 “기타큐슈에 자동차기업이 다수 입지해 성장가능성이 높고, 교통인프라가 훌륭하고국내는 물론 아시아와 근접한 지리적 이점이 있었다”고 답변한다. 또 진출해서 좋았던 점에 대해서는 “새로운 공장을 시작할 때는 그 지역의 인재를 고용해야하는데 후쿠오카현은 훌륭한 인재가 많다”고 말했다.

기타큐슈에 진출한 대부분의 완성차기업과 부품회사들의 기업입지 이유는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싼 임금과 이런 인력육성을 뒷받침하는 기타큐슈 산학관 지원체제였다.

기타큐슈는 거의 20여년동안 대규모예산을 투입해 대학과 연구소를 만들고 대규모 인력양성시스템을 만들었다. 닛산큐슈자동차 진출의 결정적 계기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본사보다 20~30% 낮은데 있었다. 반면에 회사는 현대적인 기술로 노동강도를 낮춤에 의해서 4천200~4천300만원 정도의 낮은 임금으로도 고급자동차를 생산해내는 방법을 찾았다.

대신에 기타큐슈의 청년들에게는 자동차클러스터가 주는 많은 일자리가 있었고, 기업에서 나오는 세금에 의해 기타큐슈 경제가 활성화되어 어느덧 기술만이 아니라 환경이라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도시로 발전하는 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광주형 모델은 기타큐슈 사례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또 상당히 다르다. 목포, 광양의 항만과 도로, 빛그린 산단 입지환경, 지자체의 자동차산업 육성의지 등은 큐슈와 유사하나 자동차 생산 수요한계와 첨단자동차시장도래, 강력한 노조와 지역산관학 지원체제 미비 등은 또 다른 환경이다. 더구나 관이 직접 투자하는 방식은 새롭기는 하나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큐슈국제대학 에모토 교수는 기타큐슈 자동차산업에 대해 “이제부터가 고비다. 자동차산업의 생존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높은 생산성과 인력확보만이 답이다”고 전망한다.

더구나 자동차산업은 세 가지의 큰 변화의 물결위에 있다. 배터리 전원의 전기화, AI기술에 의한 완전 자동운전화, 자동차소유개념의 해체와 공유이용 트렌드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변화를 비켜나면 단 한순간에 몰락한다.

기타큐슈는 그러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광주모델은 현재 ‘덜 맞춰진 퍼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오랜 시간을 고민했지만 나의 결론은 퍼즐을 맞출 때까지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기업주도의 투자, 노사민관의 합의, 인력양성 체제구축, 새로운 미래에 대비하는 자동차생산이라는 퍼즐을 맞추지 않는 정책은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정부와 광주시의 노력은 인정하나 광주의 미래를 위해 실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환경과 기술의 도시, 자동차산업의 메카 큐슈를 떠나는 날 나는 왜 백제와 가장 가까웠던, 백제를 도와 나당연합군에 싸웠던 큐슈가 인천, 울산과 자매결연을 하는데 우리하고는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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