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뒷맛 남는 구상권 철회요청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12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의 5월 단체를 상대로 한 110억 원의 구상권 행사 검토와 관련해 정부에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 시장은 ‘문제의 발단이 민주주의의 숭고한 뜻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빚어진 만큼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며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이 110억 원의 구상권 행사에 나선 것은 대림산업 등 4개 업체에 배상한 공기지연보상비를 보전키 위해서이다. 대림산업 등은 5월 단체들이 2008년 6월부터 2년여 동안 ‘옛 전남도청 별관 보존’을 요구하며 문화전당 공사현장을 점거 농성, 공사가 지연되자 문화전당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일부 승소했었다.

문화전당 측은 건설업체들에게 2016년 1월 110억 원을 배상했으며 이에 대한 구상권을 5월단체 등에 행사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문화전당 측의 구상권 행사는 ‘법적’으로는 정당하다. 하자가 없다. 배상금을 일단 국가예산으로 지출한 뒤 원인을 제공한 사람(단체)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는 당연한 책무다.

그렇지만 이용섭 시장이 밝힌 대로 5월 단체의 문화전당 공사장 점거농성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5·18 최후항쟁지인 전남도청별관을 지켜내 궁극적으로는 5·18정신계승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옛 전남도청 복원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등 상황이 바뀌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의 5월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구상권 행사방침은 대승적 차원에서 철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점거농성-공사지연-건설업체들의 손해배상 소송-110억원 배상-구상권 검토-구상권 철회요청’이라는 전체과정에 박수를 보낼 수만은 없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정치적 판단이 개재돼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5월 단체들의 공사장 점거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정권은 5·18에 비우호적이었다. ‘80년 광주’를 폄하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월어머니회’ 등 5·18단체들은 온몸을 던져 전남도청별관을 지켜냈다. 구상권 철회요구의 명분은 당당하다. 그러나 법의 권위를 생각한다면 철회가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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