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정운찬 KBO 총재 기자회견 유감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고개를 숙였다. 정 총재는 엊그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병역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되어 있었음을 고백한다”면서 “특히 병역 문제와 관련된 국민 정서를 반영치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와 아마가 모두 참여하는 ‘한국 야구 미래협의회’를 만들어 국가대표 운영시스템을 포함한 발전 전략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야구팬을 비롯한 국민을 설득시킬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병역특혜 논란 해소에 대해서는 정부가 만들 시스템을 따르겠다는 답변만 할 뿐이었다.

야구는 축구와 함께 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 이후 두 종목은 정반대 양상이다. 야구는 프로야구 관중이 20% 가량 줄어들만큼 팬들이 외면하고 있다. 반면 축구 대표팀 경기는 입장권이 매진됐다. 야구가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일부 선수를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선발하고, 결과적으로 병역기피까지 방조했다는 평가때문이다.

공정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평창 동계올림픽때 남북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남측 선수 기회를 박탈해 불공정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공기업과 은행의 채용비리, 공직자의 일탈에 분노하는 것도 공정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불공정한 관행을 더 이상 그냥 넘기지 않는다. 국위선양도,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야구계의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공정 사회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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