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성과를 위한 제언

정준호(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안’에 따라 지난 14일 구성되었어야 할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규명위)’가 출범하지 못하였다. 그 자체에 대한 책임문제도 크지만 진상규명위의 실효적인 성과를 위해 쟁점별 조사와 관련한 다음의 사항들은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조사위원장과 상임부위원장의 역할과 자격과 관련하여, 사무처장을 겸하게 될 상임부위원장은 5.18진상조사의 실무를 총괄해야 한다는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의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음은 물론, 5.18진상조사 활동의 경험을 갖고 있는 인사여야 할 것이다. 또한 조사방법과 내용을 결정하는데 위원회의 의결을 조율할 수 있는 정무적 역량 또한 중요한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인 바, 이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할 수 있어야 되는 상황이다.

특히 5.18진상조사는 광주일원에서 벌어진 상황뿐만 아니라 당시 보안사령부와 중앙정보부 등의 정보기관에 의해 진행된 K-공작계획을 비롯한 5.17신군부쿠데타의 정황과 근거, 광주에서 일어난 계엄군의 학살만행을 지시하고 이후 은폐, 조작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조사관들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할할 수 있고, 위원회의 의결 과정에서 정략적 이해관계에 의한 방해 등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조사위원장의 역할 못지않게 사무처장을 겸하는 상임부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동시에 비상임위원 중에 상임부위원장을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지원해 줄 인사가 함께 포함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조사가 예정된 각 쟁점별 조사 관련, 다음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5.18사전계획설과 북한군투입에 관한 사항과 관련하여, 당시 자료가 보관된 것으로 예상되는 기무사 자료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1980년 5월 이전에 생산된 여러 정보보고서와 미국무부 보관자료, 권정달 당시 정보처장의 5.18특별수사본부 진술서, 당시 광주 505보안대의 활동 상황을 종합하면 이미 신군부 세력은 정권찬탈에 필요한 비상계엄전국확대의 명분을 위해 특정 도시를 대상으로 한 폭동을 의도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군의 투입과 관련해서도 당시 시민군들에 의해 총기가 피탈될 당시 방호목표인 무기고를 지키는 군경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기피탈의 방조가 행해졌고, 유언비어의 유포내용과 시기가 광주에서 벌어진 상황과 무관하게 이루어졌다는 점 등에 관한 사실관계 등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들에 대한 지시, 생산, 적용을 밝힐 수 있는 근거가 현재 기무사의 존안자료 및 영구보존 파일 등의 형태로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둘째, 지휘체계의 이원화 및 발표명령의 경위와 관련하여 최근 확인된 녹취자료를 적극 추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즉, 1980년 5월 당시 이미 광주상무대 내에 모든 유, 무선의 도감청을 전문으로 한 방범대가 보안사 특별부대로 편성 운용되었으며, 도감청의 모든 내용의 녹취자료가 당시 일정한 암호명에 따라 마이크로필름 등으로 영구보존 자료로 구분하여 생산,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에 최근에 확인되었다. 실제로 그 부대의 명칭과 참여했던 인력의 인적사항이 확인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로 이제까지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사실관계들과 관련자의 신상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망자 숫자와 암매장에 관한 사항과 관련하여, 최근 확인된 매장 현황 보고 명령에 대한 보고자료의 존재를 적극 조사하여야 한다.

1980년 6월 2일, 광주사태조사를 위한 합동수사본부는 광주에 투입된 모든 부대에게 공문을 보내 사망자의 사체 암매장 및 가매장 현황을 확인하여 보고하라는 내용이 최근 확인되었다. 군 자료에서도 6월 20일부터 한달 동안 세 개의 팀을 구성하여 선무, 총기회수, 암매장 사후 처리를 목표로 한 대책반을 광주에 투입해 활동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특히 이 작전에 투입된 장교와 사병들의 인적사항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 조사가 당연히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진상규명위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비록 시작이 지연되고 있더라도 각 쟁점별 조사 방향은 치열하게 논의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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