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서광주우체국 직원 유족 대리 손배소

“집배원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돼야”
민변, 서광주우체국 직원 유족 대리 손배소
1인 연평균 근로시간 2천600시간
명절땐 하루 4~5시간 초과근무도
지난해 집배원 9명 극단적 선택

우체국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경종을 울릴 소송이 진행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지난해 9월 숨진 서광주우체국 소속 이모 집배원의 유가족을 대리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17일 밝혔다.

민변은 “이 집배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엔 우체국의 가혹한 근로 환경에 수십 년째 방치된 결과 때문이었다”며 “망인의 죽음이 국가의 근로계약상 의무 위반이나 불법행위로 발생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 집배원은 지난해 8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충분한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출근을 종용받고,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면서 결국 한달 후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서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며 집배원의 노동환경을 비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집배원들의 열악한 근무 시스템은 과거 여러 차례 도마위에 올랐다. 민변에 따르면 국내 집배원 1인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600시간으로, 취업자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 2천69시간에 비교해 약 500시간 더 많다. 사실상 휴식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다. 특히 추석 혹은 설 명절의 경우엔 업무량이 평소 대비 3배 이상 급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명절 때엔 하루 근무 시간을 4~5시간이나 초과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집배원들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집배원 사망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12명, 2015년 15명, 2016년 19명이 숨졌다. 특히 지난해엔 무려 39명의 집배원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는 무려 9명이나 됐다. 숨진 집배원 4명 중 1명은 자살이 죽음의 원인이 된 셈이다.

지역 한 우체국 소속 집배원은 “이번 소송은 한 집배원의 죽음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걸친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며 “이를 계기로 조금 더 좋은 조건에서 집배원들이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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