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이하며

<유근기 광주지방기상청 예보과장>

계절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반복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최강 폭염도 지나가고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백로도 지났다. 천문학적으로 가을은 9월 23일 추분부터 12월 21일 동지까지, 24절기로는 입추(8월 7일경)부터 입동(11월 7일경) 전까지를 말한다. 기상학적으로는 보통 9월부터 11월까지를 가을이라 하고, 가을의 시작일은 일 평균기온이 섭씨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이라 정의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1912~1941년의 과거 30년 동안에는 가을 시작일이 9월 17일이었다. 하지만 1998년~2017년 최근 30년 동안의 가을 시작일은 9월 26일로 9일 늦어졌고, 2008년~2017년의 최근 10년에는 9월 28일로 11일이 늦어졌다. 가을의 지속기간도 과거 30년에는 73일이었지만 최근 30년에는 69일, 최근 10년은 66일로 점차 짧아지고 있다. 겨울의 지속기간이 109일에서 88일로 21일 짧아지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청명한 하늘에 맑고 상쾌한 날씨가 줄어드는 것이니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하겠다.

가을이 되면, 여름내 우리나라에 머물던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고 대륙으로부터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게 된다. 습도가 낮아지고 강수량이 적으며, 맑은 날씨로 인해 일사량이 풍부해진다. 기온도 적당하고 따뜻해서 바깥활동하기에 좋은 계절 중의 하나이다.

예부터 가을볕은 보약이라 할 만큼 이로운 점이 많다. 가을볕은 봄볕에 비해 자외선 지수가 낮고, 봄에 비해 습도가 높아 피부에 흡수되는 자외선의 양도 적어 일광욕을 하기에 좋다. 그래서‘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는 속담이 생겼으리라.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가을철 전망에 따르면, 올해 9월에는 기온의 변동성이 커서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는 때가 있겠지만, 평균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0월은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겠고, 11월에는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강수량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뜨거웠던 여름을 무사히 보내고 언제나처럼 가을이 찾아왔다. 기상청의 가을철 전망처럼 따뜻한 기온과 적당한 비로 모두에게 이로운, 짧지만 보약과도 같은 가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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