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돌이표 된 어등산개발, 마침표 찍게 되나

박준일<본사 대기자>

우여곡절 끝에 며칠 전 광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자가 결정됐다. 어등산 개발 사업은 그동안 “청신호가 켜졌다”는 듣기 좋은 제목을 단 보도가 잊어버릴 만하면 등장했지만 안타깝게도 늘 원점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05년 첫 삽을 뜬 어등산 개발 사업은 2015년 완공돼 어등산 일원 273만여㎡ 부지에 특급호텔과 콘도, 골프장, 수영장, 빛과 예술센터, 사계화원 등이 건립돼 광주시민들이 쾌적한 삶을 누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박광태·강운태·윤장현 전 시장까지 3대에 걸쳐 주사업자도 선정하지 못한 채 도돌이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7월초 취임한 이용섭 시장 체제가 들어서서 최근에야 사업자가 선정된 것이다. 이 사업을 도돌이표로 만든 역대 시장들은 나름대로 이유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광주시가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똑같은 처방과 대책을 반복했고 그 매너리즘의 중심에는 정책 결정권자의 우유부단함이 있었다.

이는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다. 사업자도 선정하지 못한 광주시의 무능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 단체장인 시장은 목소리 큰 시민단체나 이익집단의 눈치를 봤고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했다.

그러는 사이 사업자는 최초 삼능건설에서 자금난으로 금광기업(광주관광개발)으로 넘어 갔다가 모아종합건설로 일시 변경됐으나 계약을 해지하면서 또다시 현재의 어등산리조트(광주관광개발)로 4번이나 바뀌었다.

역지사지로 그동안 민간 사업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생각했다면 13년을 허송세월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는 공무원의 권위주의와 갑질도 있었다.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다.

공무원의 갑질과 히스테리, 복지부동은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광주시민들에게도, 민간 사업자에게도 큰 손실을 끼친다.

최근 1∼2년 사이에도 상업용지 면적을 12만8천700여㎡(3만9천여 평)에서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2만4천여㎡(7천300여 평)로 대폭 축소하는 등 오락가락 행정을 계속했다. 사업자가 선정됐지만 경제성 논란이 재 점화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사실 광주를 벗어나 가까운 전남 광양에는 2017년 1월 개장한 LF스퀘어가 있다. 연 면적 10만1천㎡(3만600여 평), 영업면적 7만1천600㎡(2만1천700여 평), 매장 280개의 복합 쇼핑몰로 호남지역 최대 규모다.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는 상업면적 13만2천㎡(4만여 평)로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에 올랐다. 여기에 2016년 3월 센텀시티몰 5만7천900㎡(1만7천500여 평)를 건립해 총 연 면적 19만8천여㎡(6만여 평)에 달하는 부산·경남지역 초대형 도심 복합 쇼핑몰을 개장했다.

광주시도 지역 상권을 보호하면서 광주 인구 146만 명 만 뿐만 아니라 광주·전남·전북을 아우르는 어등산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한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업자는 본능적으로 사업이 크든 작든 이익을 남기려 한다. 자본주의의 원리다. 특급호텔이 들어서고 대형 쇼핑몰이 들어선다고 해서 광주의 상권이 블랙홀처럼 모두 빨려 들어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부정적 시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형 복합몰이 들어서려 하면 지역 상권과 충돌하고 이해집단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 보면 광주경제는 퇴보한다.

호반도 향토기업이니 지역 독립 법인화를 유도하고 협약을 통해 지역 영세업체들과의 상생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을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용섭 시장이 4년 후 재선을 의식하는 순간 역대 시장들처럼 이해집단들로부터 끌려 다니게 된다. 바라건대 소신껏 정책 결정을 내리고 그 수혜를 광주시민들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것은 비단 어등산 개발 문제뿐만 아니라 도시철도 2호선이나 신세계의 특급호텔 신축 등의 현안도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광주의 미래를 위한 일인지에 대한 진지한 결단이 요구된다. 광주광역시장 이용섭을 평가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디만 이번 어등산 개발사업 민간 사업자 2차 공모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호반의 진정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호반건설은 지역을 연고로 한 기업이지만 과거 금호산업 인수와 호남대 쌍촌캠퍼스 부지 인수과정에서 온갖 잡음만 양산한 채 백지화하는 등의 흑역사가 있다. 사업자 호반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또 다시 어등산 개발 사업을 도돌이표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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