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순간 영역‥삶의 지속가능성 위기 탐문

‘비장소’ 세계→삶의 영역 전환 작품들 구성

광주비엔날레 역사·가치 모색 아카이브 시도

■2018광주비엔날레 지상전(6)생존의 기술 :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화하기

1집결지와 비장소(큐레이터 : 김만석)

‘생존의 기술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화하기’는 ▲파트 1: 대칭적 상상력(큐레이터 : 백종옥) ▲파트 2 : 한시적 추동(김성우) ▲파트 3 : 집결지와 비장소(백종옥)로 구성됐다. 복합 2관과 복합 5관에 전시중인 이 주제전은 시대적 조건과 흐름들을 생존의 기술이라는 각도에서 파악한다. 큐레이터와 작가들은 이런 접근법을 통해 삶과 예술의 집결, 변화, 지속 가능성을 탐문한다. 이 섹션은 현재의 한국 미술의 풍경을 서로 다른 3개의 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예술적 상상력과 행위들을 집약시켜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참여 작가도 대다수 국내 출신이다. 이에 국내 관람객들의 과거 경험과 기억을 되살리는 작품들이 많아 외국 작가들이 주를 이루는 주제전과 다른 느낌을 준다. 전시관내 관람객 동선을 따라 파트 3→파트 2 → 파트 1 순으로 주요 작품들을 살펴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2관에 전시중인 ‘파트 3: 집결지와 비장소’는 인간의 집결지이자 비장소로 구축된 세계를 삶의 영역으로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작품들로 꾸려져 있다. 이 전시는 집결지라는 개념을 군사적 의미와 성적 교환/수탈 시장 차원에서 접근한다. 군사적 의미의 집결지는 목적달성을 위해 일시적으로 임의의 장소를 선택했다가 재빨리 이탈하는 순간적 영역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도 군사적 집결지로 바라본다. 즉 생성과 사멸을 반복하는 소규모 매장들과 프랜차이즈 업체들, 공항, 터미널, 휴게소는 물론 공장에서 부터 심지어 ‘집’까지 이주와 이동의 한 점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여기에 자각되지 않거나 은폐되고 있는 집결지로서 성적 교환/수탈 장소를 끄집어 낸다. 따라서 이 파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군사적 집결지와 성매매지 집결지를 ‘비장소’로 해석하며 우리 삶의 지속가능성 위기를 담아냈다.

작품들은 3층 구조로 된 원형 형태의 전시관을 십분 활용했다. 각 층마다 연관성있는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접근도와 이해도를 높이려 했다. 2관에 들어서면 크레용으로 그린 여성들 뒷모습 그림이 먼저 띈다. 방정아(부산)의 ‘뒷모습’ 이다. 작가는 사람들의 뒤(혹은 등)는 스스로 좀체 만나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라며 시위대 뒷모습을 예로 들면서 적극적인 만남과 대화, 소통을 제시한다. 입구 왼쪽에는 하얀 실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대형 설치작품이 있다. 손몽주(부산)의 ‘광광타령’으로 작가는 고무줄과 와이어, 영상물을 조합해 유년기의 한 경험을 통해 광주를 다시 읽는다.
 

손몽주의 ‘광광타령’과 아키라츠보이(일본)의 ‘일본군 성노예’

‘광광타령’ 옆에는 베니어 합판에 한복 입은 여인들 초상화가 새겨진 디스플레이들이 보인다. 아키라츠보이(일본)의 ‘일본군 성노예’로 아시아태평양전쟁때 자행된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 문제를 고발한다. 전시관 바닥에는 여상희(부산)의 ‘검은 대지’ 작품이다. 작품에 이용된 돌들은 신문지에 먹을 혼합한 것으로 죽은 자의 이름이나 이력을 새긴 비석이다. 작가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나 증언을 당대의 신문지를 으깨어 비석으로 제작했다.
 

여상희(부산)의 ‘검은 대지’

전시관 2층에는 정유승(광주)의 ‘집결지의 낮과 밤’ ‘2003년 3월 23일’ ‘언니네 상담소’ ‘랜드마켓, 랜드마크’ ‘시선의 반납’이 각각의 공간에 연작 형태로 전시돼 있다. 작가는 광주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의 낮과 밤을 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성매매집결지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비일상적인 사물들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박화연(전남 담양)의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

2층에선 박화연(전남 담양)의‘당신의 할머니, 김정복’ ‘실마리를 찾아서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접할 수 있다. 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증언과 기록 등을 활용한 아카이브 작품들이다.

3층에는 골판지와 파랑색의 긴 천을 활용한 설치 작품이 있다. 김경화(부산)의 ‘숨겨진 노동’으로 작가는 작품 재료들을 통해 저임금, 고강도 노동현실을 나타냈다. 이 작품 건너편에는 형형색색의 만장들이 통로를 따라 세워져 있다. 꽃상여도 보인다. 강연균의 ‘하늘과 땅사이4’ 작품으로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당시 망월묘역 전시됐던 1천여개의 만장 가운데 일부를 옮겨왔다. 이 만장들이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 ‘귀환’한 것은 2관의 전시 개념과 연관성 있다. 한국사회에서 만장은 사람들의 집결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다.

김경화(부산)의 ‘숨겨진 노동’
강연균의 ‘하늘과 땅사이4’

특히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가치를 모색하는 아카이브 작업 일환이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올해 처음 광주 역사성을 바탕으로 태동한 광주비엔날레 아카이브를 추진했다.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 5관에 전시된 ‘귀환’ 섹션이 대표적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형상화한 이응노의 ‘군상’이 2관에 전시된 점도 같은 의미다. 군상 역시 1995년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이다. 여기에 제1회 광주비엔날레 대상작인 크초(쿠바)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는 ‘충돌하는 경계들(큐레이터:정연심&이완 쿤) 주제전에 전시돼 ’귀환’의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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