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펠리페·두아르테 추석 맞이

한국의 ‘정’으로 외국 생활 외로움 이겨내요

한달 전 고국 브라질 떠나 첫 해외진출지 K리그 선택

‘고객숙인 인사법’ 가장 먼저 배워…고국과 달라 생소

틈틈이 가족과 통화 그리움 달래…믹스커피로 활력충전

“송편은 아직 부담…대전전 승리 골로 추석 선물 할 터”
한국에서 첫 명절을 맞은 광주FC 브라질 출신 공격수 펠리페와 두아르테가 팬들을 향해 명절인사를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며칠 뒤면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프로축구 K리그는 추석에 상관없이 계속돼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떨어져 명절을 보내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도 추석이라는 명절이 주는 분위기가 없진 않다. 훈련과 경기로 인해 고향에 가지는 못하지만 안부인사를 전하고 선수단 나름의 명절을 보낸다. 그렇다면 고국을 떠나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들은 추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들에게 한국의 명절은 색다른 문화다. 광주FC 효자 용병 펠리페와 두아르테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질 출신인 두 선수는 이번 추석이 한국에서 맞는 첫 명절이다. 이제 막 한국생활 한달을 채운 두 선수를 지난 19일 광주FC 훈련장인 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만났다.

◇생소하지만 정겨운 한국의 ‘정’ 문화

선수는 올 시즌 한국으로 이적했다. 고국을 떠나 해외로 이적한 건 처음이다. 두 선수는 한국의 ‘정’덕분에 어렵지 않게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처음 K리그에 문을 두드린 후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배운 건 인사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안녕하세요”를 말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개 숙여 인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생소하다. 펠리페는 “처음엔 왜 고개를 숙이는 지 모르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예의를 차리는 방법이라고 통역사분께 배웠다”며 “아직 많은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진 못했지만 가장 중요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는 잘 한다”고 말했다.

두 선수에 한국 생활에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은 동료들이다. 펠리페는 “K리그의 경우 브라질리그와 달리 공격적이고 빠른 템포의 경기 스타일을 구사해 적응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됐다”며 “김동현 선수나 여봉훈 선수와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경기할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두아르테는 “처음에는 선수들의 스타일을 몰라서 경기운영에도 영향이 있었지만 모든 선수가 정말 착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며 “임민혁 선수와 나상호선수의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믹스커피로 경기전 활력충전

해외 이적의 경우 타국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 역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브라질과 한국은 12시간의 시차만큼이나 정반대의 문화권이다. 그런데도 두 선수는 각자의 방법으로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고 있다.

펠리페는 “한국은 밤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브라질에 비해 안전하고 평화롭다. 아직 한식이 낯설긴 하지만 구단측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위해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제공해줘서 잘 적응하고 있다”며 “쉬는 날에는 밖에 나가서 패스트푸드점이나 스테이크 전문점처럼 고국 음식을 먹곤 한다”고 말했다. 두아르테는 푹 빠진 한식이 있다. 바로 ‘믹스커피’. 두아르테는 “믹스커피는 정말 맛있다. 종이컵에 2, 3개를 넣어 한 번에 먹어야 한다”며 “경기전이나 몸 관리를 위해 다른 선수들은 단백질 파우더 등 보충제를 많이 먹지만 나는 그런 거 안 먹는다. 경기 전 꼭 믹스커피를 마신다”고 말했다. 한참을 믹스커피에 대해 말하던 두아르테는 한곳에 마련된 커피를 발견하곤 “저기 있는 믹스커피 타먹어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곧 돌아와 “제가 매일 먹던 브랜드가 아니네요”라며 아쉬워했다. 벌써 한국의 진한 맛을 알아버린 두아르테다.

◇같은 듯 다른 한국과 브라질의 명절

추석이면 우리나라는 어김없이 민족대이동 장관이 펼쳐지며 온 가족이 한데 모인다. 한국에 추석이 있다면 브라질에선 크리스마스가 가장 중요한 행사다. 펠리페는 “브라질에서도 크리스마스엔 멀리 사는 가족들까지 모두 모인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가 형제가 많아 보통 50명 정도 모이는데 보통 칠면조요리가 메인이다”며 “한국처럼 전통놀이는 없지만, 모자나 바구니에 적은 종이를 넣은 뒤 랜덤으로 뽑아서 걸리는 사람이 선물을 주는 게임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아르테는 “우리도 온 가족이 모이면 50명 정도 된다. 당일날 집에서 저녁을 먹은 뒤 다 함께 파티를 즐기고 또 다음날에는 다른 친척 집으로 이동해 파티를 한다”고 전했다.

브라질의 칠면조 요리처럼 한국에서는 송편이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두 선수가 처음 본 송편에 대한 소감은‘이상하다’였다. 두아르테는 “미끌거리고 쫀듯한 느낌에 당황했다. 처음 봤을 때는 본 적 없는 음식이라 못 먹을 것 같았는데 먹어보니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며 집었던 송편을 내려놓았다. 브라질에는 없는 식감인 탓에 아직은 먹기 힘든 듯 했다.

외로운 타지 생활을 이겨내게 해주는 것 역시 가족이다. 펠리페는 “SNS 앱을 통해 매일 어머니와 여자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통화를 하며 그리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두아르테는 “12시간의 시차가 이럴 땐 도움이 된다. 보통 아침을 먹고 나면 브라질이 오후 7시 정도고 일과를 마친 저녁에는 오전 11시쯤이다. 덕분에 어려움 없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승리 세리모니는 팬들에게 최고의 추석선물

두 선수의 목표는 광주의 ‘1부리그 진입’이다. 펠리페는 “개인의 득점도 중요하지만,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 승강전에 올라가는 게 현재 가장 큰 목표다”며 “추석을 맞아 두아르테와 연계플레이로 승리를 일궈 팬들에게 추석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전날 열리는 경기에서 득점한다면 준비한 세리모니가 있지만, 지금은 보여주지 않겠다. 경기에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 선수는 빠른 적응력만큼 광주FC의 공격력을 날로 배가시키고 있다. 펠리페는 7경기에 출전에 4골, 1도움을 기록했는데 경기당 0.71포인트에 달해 광주FC 선수 중 가장 높다. 두아르테 역시 6경기에 출장에 4번의 풀타임을 뛰었다.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빠르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두 선수가 광주 팬들에게 보여줄 승리 세리모니가 무엇일 지 궁금해진다. 그 세리모니는 분명 광주 축구팬들에게 전하는 추석 선물이 될 것이다.


/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펠리페

포지션:포워드

생년월일:1992년 4월 3일(만26세)

키/몸무게:192cm/89kg

2013년 페르남부카누주 1부 우승(아카데미카 비토리아)

2014년 세아라주 1부 우승(퀴사다)

2017 상파울루주 2부 리그 최다득점 top5(세르탕지뉴)

前 보투포란구엔세 소속



■두아르테

포지션 : 포워드

생년월일 : 1993년 6월 20일(만25세)

키/몸무게:174cm/68kg

2016년 상파울루주 2부 우승 (산투안드레)

2018년 고이아노주 1부리그 최다득점 top3(아나폴리나)

前 고이아스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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