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여름 폭염 대책은?

양성관<동강대학교 교수>

양성관 동강대학교 교수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상쾌한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망각증이 심하다고 한다. 이렇게 시원하다보니 올 여름의 폭염은 모두 잊어버리고 내년 여름이 되어서야 폭염 대책을 세우느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올 여름은 110여년 만에 온 최고의 무더위였다고 한다. 필자도 에어컨을 좋아하지 않은 편이어서 에어컨을 거의 켜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밤에 잠을 들 수가 없어서 잠자기 전에 에어컨을 켜서 아침까지 틀어놓는 날들이 많았다. 문제는 폭염이 금년 한 해로 끝나지 않고, 해가 갈수록 여름 더위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데에 있다.

여름 폭염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전기의 소비가 가장 많았던 여름 두 달(7월과 8월)의 주택용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할인해주는 정도였다. 여름의 더위가 갈수록 심해진다면 여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전력 등 사용 용도별 차등요금제가 적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택용에만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인 ‘누진제’가 적용된다. 상가에 적용되는 일반용과 산업용은 사용량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요금이 적용된다. 누진구조에서 주택용은 일반용과 산업용보다 비싸다. 또한 전체 소비전력량에서 주택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이고, 산업용은 53%, 일반용은 20%로, 전력을 가장 적게 쓰는 주택용은 누진 구조로 전기료 부담이 크고, 상대적으로 사용량이 많은 산업용이나 일반용은 누진제가 없는데다 가격도 낮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12월에 처음 도입되었다. 1970년대 초 석유파동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부족해진 전기를 산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택용 전기의 소비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외국의 경우는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단일요금을 적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재 3단계인 우리나라도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일요금화 시키고, 산업용이나 일반용보다 저렴해야 한다.

두 번째는 가정용 전기제품에 절전기술 제품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에어컨의 실외기에서 내뿜는 열기를 최소화하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자신이 시원하기 위해 에어컨의 낮아지는 온도만큼 실외기를 통해 내뿜는 열기가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게 된다면 에어컨을 켜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에어써큘레이터나 실외기가 없는 에어컨, 에어컨을 대체할 만한 강력한 냉기를 내뿜는 선풍기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제품은 최대한 절전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전등의 사용량은 20% 내외이고 나머지 80%정도는 기타 전기제품이다. LED를 통해 전등의 사용량을 줄이듯이 에어컨과 냉장고, TV, 세탁기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제품의 기술개발을 통해 지금보다 절반 이상 절전되는 제품을 사용하여 전기사용량을 줄여가야 한다.

세 번째는 그린에너지인 태양광 에너지 비율을 높여야 한다. 지자체의 규제나 민원에 묶여 허가가 늦어지는 태양광 발전도 정부가 개입하여 규제를 현실화하여 태양광 전기생산량을 늘려 화력발전보다 전기 생산단가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게 중요하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의 경우 초기설비 단가를 낮추어 보급률을 높여야 하며, 단독주택은 물론 아파트에도 각 세대의 유리창이나 지붕 등의 공간을 활용하여 열효율이 높고 설비단가가 저렴한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여 가정에서 그 전기를 사용하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율곡 이이 선생은 일찍이 일본의 침략을 예견하고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당시 위정자들은 동인이니 서인이니 하는 당파 싸움에만 열중하다가 일본의 침략을 받아 20일도 채 못 되어 수도 한성이 점령되고 선조임금은 의주까지 피란길에 오르는 수치를 당한 일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쪽의 바다를 지키고 있던 이순신은 왜구의 침략이 끊이질 않자 수군을 양성하고 거북선을 준비하여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지도자로 국민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정부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을 생각하며 전기요금 때문에 여름 폭염을 걱정하는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준비를 미리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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