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애씨 좌충우돌 명절나기

“한국 명절 이젠 두렵지 않아요”
장지애씨 좌충우돌 명절나기
명절 전 처음 만들 땐 부서지고 깨져 난감
제사음식 놓을 자리 몰라 우왕좌왕 하기도
외로움과 소외감에 몰래 눈물 흘리기도
주부 생활 6년 “명절 전 부치기 자신 있어”
올해 중국서 부모님도 오셔서 ‘기쁨 두배’
 

장지애씨가 20일 오전 명절날 시댁에 가져갈 송편을 직접 빚고 있다.

“우왕좌왕 했었죠. 하지만 지금은 능숙하게 전도 부치고 음식도 만들 수 있어요”

한국생활 10년차, 주부로서의 삶을 산지도 벌써 6년차에 접어든 장지애(33·중국)씨는 이번 추석 명절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베테랑(?)이란 칭호를 붙이기엔 주부경력은 다소 짧지만 명절날 전을 부치는 것 만큼은 한국 어느 여성들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예전 중국에서 살땐 듣도 보도 못한 동태전, 꼬치전과 같은 한국 명절 음식들을 이젠 능숙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장씨는 중국 대련 출신이다. 중국에서도 물류의 중심인 항구 도시에서 성장한 탓에 성격도 밝고 호탕하다. 그런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2008년때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엔 K-POP열풍속에 한국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국 내 한류 인기가 폭발적일 때였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장씨 역시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동경심은 한국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고, 유학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한국 생활은 그야말로 즐거움에 연속이었다. 광주여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한 그는 사회복지사로서 꿈을 키워갔다. 한국 사회를 경험하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도 했다.

행복한 순간들이 모이면서 사랑이란 꽃까지 피우게 된 것일까? 아르바이트를 하던 회사에서 평생의 배필이 될 현재의 남편 차재웅(44)씨를 만나게 됐다. 이후 사랑을 키워가던 장씨는 지난 2012년 5월 결혼이란 결실까지 맺었다. 한국 며느리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해 9월 처음으로 맞이한 한국의 추석 명절.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잠시, 대륙의 에너지로 똘똘 뭉친 새댁 장씨도 악명(?)높은 코리아 명절을 맞이하는 순간 두려움이 물 밀 듯 밀려왔다. 한국 며느리들 조차 꺼려하는 명절 증후군의 무서움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전이란 음식 자체를 몰랐던 장씨. 시어머니의 진두지휘에 따라 열심히 전을 지지고 볶아댔지만 부서지고 깨지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더욱이 명절날 “외국인 며느리를 보고 싶다”며 이곳 저곳에서 밀려드는 친척 어르신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꼬박 6~7시간을 주방에 앉아 있었던 탓에 다리는 쥐가 나고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그날 하루에만 무려 30여명 이상 친척들의 음식 상을 차렸다”며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장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며 “중국도 추석이 있지만 음식을 그렇게 많이 차리지 않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쉴새없이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왜 이렇게 많은 음식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그땐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중국은 중추절(올해 9월 22일~24일까지)이란 추석 명절이 있는데 중국에선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손님에게 음식을 새로 만들어 제공하진 않는다고 알려졌다. 간단한 다과 정도를 내놓고, 만약 식사 중에 온 손님이 오면 이전에 만들고 남은 음식을 추가로 내놓고 함께 먹는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 넘어 산이라 했던가. 역경은 계속됐다. 제사상을 차리는 시간이 도래 한 것이다. 장씨는 “처음엔 단순히 음식을 상에 두면 된다는 생각에 아무렇게나 놓았다”며 “하지만 어머니가 보시고 ‘국은 이쪽에, 고기는 저쪽에 놓아야 한다’ 하시는데 왜 그렇게 놔야 하는지 몰라 혼났다”고 말했다.

홍동백서( 붉은 과일은 동쪽, 흰빛의 것은 서쪽에 늘어놓음), 어동육서(제상에 음식을 차려 놓을 때 어찬은 동쪽, 육찬은 서쪽에 놓는 일) 등 듣도 보도 못한 용어에, 음식을 놓는 위치도 각각 다른 한국 명절 제사상을 차리다 결국 넉 다운이 됐다.

이처럼 중국에서 온 새댁은 첫 명절을 그렇게 실수를 연발한 채 좌충우돌 끝내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장씨는 올해 벌써 6번째 추석을 맞는다. 이젠 명절 음식은 물론 제사상도 거뜬하게 처리한다. 그만큼 한국 생활이 익숙해진 것이다. 이해되지 않고 어렵기만 했던 한국의 명절 문화도 이젠 충분히 공감할 만큼 경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는 것이 장씨의 설명이다.

바로 ‘소외감’과 ‘외로움’이다. 소통엔 어려움이 없다지만 여전히 제대로 대화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혼자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다. 왜 한국에 왔을까 하는 후회도 잠깐 들었다. 장씨는 “한국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나처럼 한국으로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아마 공감할 것이다”며 “명절에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더 힘든 건 가족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하고 겉돌면서 ‘나는 가족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 온 만큼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조금만 더 이주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명절 때 만큼은 남편도 나를 조금만 더 도와줬으면 한다”고 슬쩍(?) 남편에게 귀여운 투정을 했다. 장씨는 “이번 추석은 한국에서 보낸 명절 중 가장 뜻 깊은 명절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중추절을 맞아 중국에서 부모님이 한국을 방문하시기 때문이다.

장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추석을 부모님과 보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장씨는 “사실 난 외동딸로 커서 부모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며 “결혼 후엔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뵙지 못했는데 올해 추석엔 부모님을 모실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끝으로 장씨는 “부모님이 오시면 한국 이곳저곳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올해는 별 탈 없이 모두가 즐거운 추석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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