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설립 ‘뜨거운 감자’… “量보단 質이 중요”

2022년 개교 목표…‘작지만 강한 대학’ 밑그림

학생 1천명·교수 100명·부지 120만㎡ 규모

입지선정·재정마련·추진위 구성 등 과제 산적

세계 최고 특화대 육성 위한 ‘선택·집중’ 불가피
 

광주·전남의 에너지 신산업 성장을 견인할 한전공대(KEPCO Tech·켑코텍) 설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우리나라 에너지 신산업을 선도하고 맞춤형 인력 양성에 주력할 ‘한전공대’ 설립의 밑그림이 최근 공개됐다. 한국전력은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 특화 클러스터 중심대학’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전공대 설립은 한전의 광주·전남공동(빛가람)혁신도시 이전으로 태동한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의 가속페달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수도권(서울공대), 충청권(카이스트), 영남권(포항공대), 호남권(한전공대)을 잇는 국토균형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한전공대 설립 과정에는 과제가 적지 않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 100대 과제인 만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고, 더 나아가 ‘(가칭)범정부추진위원회’구성이 시급하다. 광주시와 전남도 역시 입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접고 지역 최대 현안인 한전공대 설립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전공대가 한국의 에너지산업을 선도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공대로 성장하려면 ‘양보다 질(質)’로 승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일 오후 전남 나주 한국전력 본사 한빛홀에서 열린 ‘한전공대 설립용역 중간 보고회’에 정부, 지자체, 광주·전남 지역민 등 700여명이 참석해 한전공대 설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 줬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윤곽 드러낸 한전공대… ‘작지만 강한 대학’ 목표

한전은 지난 10일 빛가람혁신도시에 자리한 본사 한빛홀에서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중간 용역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국회 정부 지자체 지역민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용역사인 ‘A.T. Kearney’가 한전공대 설립 타당성과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에 나선 원성호 AT커니 상무는 “한전공대는 국내외 40개 월드클래스 대학을 벤치마킹한 결과 ‘작지만 강한’ 소수 정예대학을 설립방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전공대는 연구ㆍ교육ㆍ산학연을 아우르는 ‘에너지 특화 클러스터 리딩 대학’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2040년까지 국내 최고, 2050년까지 세계 최고 공대 실현을 목표로 조성된다.

학교 규모를 결정하는 학생수는 6개 전공별로 100명씩 계획된 대학원 600명, 학부 400명 등 총 1천명+α(외국인 학생)로 정했다.

학생 대비 교수비율은 ‘10대 1’을 기본으로 국내외 최고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우수한 인재 육성을 위해 학생들에게는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아파트형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외형적 부지는 ‘대학+클러스터+연구시설’이 공존하는 형식으로 캠퍼스와 클러스터, 연구시설 각 40만㎡ 등 총 120만㎡ 규모다.

최대 관심사인 부지 선정은 오는 2022년 3월 개교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신속한 인허가가 가능한 국ㆍ공유지를 1순위로 제시했다. 최단기간 부지 선정을 위해 광주시와 전남도가 합의 추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용역사는 제안했다.

이날 1단계 용역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2단계 용역은 오는 12월까지 완료해 입지선정 절차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남은 과제 ‘수두룩’

한전공대 설립의 밑그림 윤곽이 나왔지만, 목표 예정기한인 2022년 3월 개교까지는 남은 과제가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총 5천억원에 달하는 한전공대 설립 비용 마련과 향후 운영비 등 ‘재정’ 마련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한전이 최근 3분기 연속 당기 순손실 발생과 15조원 대의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사업 추가 투자 발생, 부채비율 4% 포인트 이상 상승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대안으로 한전과 그룹사 출연, 특별법재정을 통한 정부의 재정지원, 전력산업기반 기금 활용안 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울러 대학 설립과 운영을 위해 광주시와 전남도 차원의 재정적 지원체계 마련 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한전공대 설립은 광주시·전남도가 함께 풀어야할 상생 과제이기도 하다.

한전공대 부지 선정을 놓고 광주시와 전남도 간 과열경쟁은 자칫 지지부진한 사업추진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근 대학들과의 관계 설정도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대학 통폐합이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인근 대학은 벌써부터 신입생 유치 경쟁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과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범정부 추진위 구성 ‘급선무’

한전이 중간 용역보고를 통해 설립 기본 방향과 의지를 명확하게 밝혔지만 구체적인 설립(착공)예정시기, 규모, 재정부담 방향 등 공대 설립을 위한 핵심 로드맵을 누락해 오는 2022년 3월로 계획된 개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감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중앙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이번 용역 결과를 도출해 낸 것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지만, 구체성이 누락된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공대 설립 방안 및 발전 전략 등을 협의하는 범정부 차원의 추진위원회 구성도 시급하다.

범정부추진위 구성은 정부의 의지와 속도를 가늠하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례로 지난 2002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울산과학기술대(현 유니스트·UNIST) 설립 과정을 보면, 공약 발표 이후 2년 간 표류했지만 2004년 10월 대통령 직속 국가 균형발전위가 ‘설립추진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결과 대학 설립 추진이 가속화 됐다.

이민원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혁신도시특별위원장(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포럼 대표)은 “정부·지자체·한전·전문가 등이 참여한 범정부 차원의 (가칭)한전공대 설립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한전공대 설립은 문재인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 2를 대표하는 대통령공약으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의미가 중차대한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모보다 내실이 중요

무엇보다 한전공대가 세계 최고 이공대 특화대학으로 성장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할 것으로 지적된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학생 1천명, 교수 100명, 부지 120만㎡’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한전공대 규모에 대한 불만이 먼저 쏟아져 나왔다.‘포스코 보다 한전의 규모가 훨씬 큰데도, 포항공대보다 한전공대의 규모가 작다’는 단순논리다. ‘학과를 겨우 5개로 설정한 탓에 학생 수가 적어졌고 부지 규모도 축소됐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 수 감소로 국내 각 대학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부정원을 크게 가져가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부담이 크다. 고급인력 배출을 전제로 한 적정규모(소규모)의 대학원설립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는 “한전공대는 무조건 예산을 많이 투입해 좋은 대학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작지만 강한 대학’, ‘강소대학’등 규모는 작더라도 활동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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