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178>제10장 의주로 가는 야망

정충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소청이 깨끗한 한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술방으로 들어왔다. 정충신을 뒤따라 일어서려던 윤인옥 교리가 주춤하며 말했다.

“왜 바쁜데 다른 손님 받지 않고... 우린 나가려 하는데...”

“서방님께 술 한잔 올리려구요. 또 동생분도 오셨으니까요.”

눈을 내리깔고 살짝 웃는 모습이 청순하고, 한편으로는 처녀티가 완연해서 색기가 풍겨져 나왔다.

“그래, 그럼 한 잔만 받고 나가자.”

윤교리가 정충신을 주저앉혔다.

“저는 서방님이 아니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요. 몸 구완하라고 보약도 지어주시구, 이곳 편안한 술방에도 들어앉히셨어요. 제 술 한잔 받으셔요.”

소청이 정충신을 향해 말하고 공손히 술잔을 올렸다. 정충신이 잔을 받자 소청이 콸콸 넘치게 술을 따랐다.

“이 사람은 나보다 댓 살 연하지만 생각이 깊고, 의리가 있는 총각이야. 저기 이천오백리 밖 전라도 광주에서 올라온 총각인데, 용기있고, 무예가 깊지. 장차 한 세상 흔들 인물이 될 거야. 그래서 동생 삼았네. 장인 영감이 일부러 불러서 인물로 키우려는 사람이지. 나와 내기를 해서 내가 졌는데, 그래서 내가 엄청 궁지에 몰렸는데, 나를 보아준 사람이야. 장인 영감한테 내 체면을 세워준 총각이라니까.”

윤교리가 길게 설명하자 정충신이 그녀에게 물었다.

“전라도 땅 알랑가 싶소?”

“알아요. 전라도 쌀, 전라도 생선이 최고로 치죠. 지체있는 분들이 객주집에 오면 전라도 생선부터 찾아요.”

“전라도 생선이 여기까정 오면 곯아터질 틴디요?”

“그러니까 염장이라는 게 있잖나. 전라도 숭어, 전어, 굴비라는 것이 모두 염장해서 바닷길을 타고 올라오거든.”

윤교리가 아는 체를 했다. 소청이 나섰다.

“도련님 만나 봬서 영광이에요.”

“영광일 것 없지라우. 나는 오늘로 주막과는 이별잉 게요.”

“왜?”

윤인옥이 놀라서 물었다.

“사내대장부가 술집에서 살아서 쓰겄소? 그 시간이면 검술이나 궁술, 병술을 익혀야지요.”

“백날 그것만 익히나? 놀 때도 있어야지.”

“윤 교리야 밥먹고 하는 일이 사서삼경 파는 일이제만, 나가 할 일은 병법 쓰는 것 아니요?”

그러자 윤교리가 껄껄 웃었다.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문이 허름해서 와락 열어젖히니 간단없이 와장창 부숴졌다.

“너 이년, 또 여기 와있나? 도대체 이 자들이 어떤 놈들이관대, 이 자들에게 뻑 가있냐? 당장 나오지 못해? 주인 마누라 부를까?”

좀전의 명군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소청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여자가 안가겠다는데, 왜 그렇게 강압적이요?”

윤교리가 점잖게 꾸짖자 명군이 소리쳤다.

“웃기는 새끼네. 니놈들이 우릴 괄시할 수 있어? 우리가 누구냐? 주제도 모르면서 계집이나 탐하면 되나...”

“뭐여?” 정충신이 소리쳤다.

“너는 뭐야?”

“에라 씨발 새끼!”

정충신이 한달음에 몸을 날려 이단옆치기로 명군의 가슴을 찼다. 명군이 아이쿠! 신음소리와 함께 저만치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정충신이 달려들어 그 자를 늑신하게 팼다. 명군이 죽는다고 되놈말로 쌀라대자 명군 대여섯 명이 술방에서 뛰쳐나왔다.

“처우니마!(씨발), 또 그새끼야?”

이번에는 참지 않겠다는 듯 명군 여섯놈이 달려들었다. 정충신이 벽에 세워져있는 몽둥이를 집어들어 휘둘렀다. 모두들 하나같이 머리나 이마가 깨져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한 놈이 일어나 소청을 낚아채 안으며 검으로 소청의 목을 겨누고 소리쳤다.

“너 이 새끼, 더 이상 까불면 이 기생년은 저승가는 거야!”

소청이 발발 떠는데, 다른 두 놈이 윤인옥에게 달려들어 그를 패기 시작했다. 문약(文弱)은 어쩔 수 없는지 그는 묶인 개처럼 고스란히 얻어터지고 있었다.

“너 대들면 두 연놈을 이 검으로 찢어발라 죽인다!”

명군이 정충신을 노려보며 위협했다.

“그렇게 모지락스럽게 위협한다고 해도 나가 눈하나 깜짝랄깝시?”

정충신이 윤인옥과 소청을 내버려두고 술방을 나와버렸다.

“충신아, 우릴 두고 나가면 어떡해? 우리 죽으라는 거야?”윤인옥이 울면서 크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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