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 전남 순천시장의 남도일보 자치단체장 칼럼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 모두가 편하게 생활하는 순천!

세계인구를 100명으로 줄이면 52명은 남자이고 48명은 여자다. 70명은 문맹이고 단 1명만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 부(富)의 59%는 단 6명의 미국 사람이 가지고 있다.

만약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고 몸엔 옷을 걸치고 있으며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잘 곳이 있다면 이 세상 75%의 사람보다는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환경운동가 ‘도넬라 메도스’에 따르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상위 25%에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조금 더 가까이 와보기로 하자. 대한민국에서는 5천만 인구의 반 이상이 서울과 경기 지역에 살고 있다. 여성과 남성은 비슷한 인구 분포를 보인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14%를 차지하고 장애인 비율은 20%에 달한다.

냉장고와 옷과 지붕이 있는 집을 가졌지만, 수도권이 아닌 순천에 산다면, 여성이라면, 노인이라면, 장애인이라면, 지금도 행복한지 묻고 싶다.

강자와 약자는 상대적이고 사회적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기득권층 즉 사회적 강자는 남성, 청장년층, 비장애인 등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전 지구로 눈을 돌릴 때 미국이나 서유럽에 살지 않고 부유한 백인이 아니라면 상대적 약자로 처지가 바뀌기도 한다. 더구나 대한민국 안에서도 수도권에 살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행복의 기준에 못 미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지방에 사는 여성과 노인과 장애인이 행복한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사회적 약자로 불리는 이들을 위해 도시가 설계되고 운영된다면 상대적 강자인 남성과 중장년층과 비장애인에게는 더 편한 도시가 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도시에 대한 권리를 정당하게 누리는 도시로 순천시의 대표적인 포용 정책이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하이힐과 같은 굽이 높은 신발을 신는다. 저도 어렸을 때 장난삼아 신어본 적이 있는데 보통 불편한게 아니다. 흙이나 돌길은 말할 것도 없고 보도블럭 포장에서도 굽이 끼어서 넘어지곤 한다. 요즘 만들어진 인도는 네모난 돌로 멋을 부려 만든 곳이 많다. 운동화 신은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하이힐을 신은 사람에게는 험난한 가시밭길 이상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은 모든 시민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노인생애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먼저 팔과 다리와 몸 전체에 깁스를 하고 앞이 잘 안보이는 안경을 쓴다.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현관에서는 지지대를 잡고 의자에 앉아서 힘들게 신발을 벗는다. 세상은 온통 희미하다. 나이가 들어서 키가 줄어드니 전등 스위치도 높게만 느껴진다. 계단은 말할 것도 없다. 밖으로 나가보면 더 어렵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간은 왜 그리 짧은지 반도 가기 전에 빨간 불로 바뀌고 차들은 빵빵거린다. 어르신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공간, 마음 놓고 거리를 건널 수 있는 도시가 좋은 도시다.

혹시 휠체어를 타보신 적이 있는가. 어릴 때에 다리가 부러져서 타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선 씻는 것부터 고역이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 들어가서 자리를 잡는 것부터 힘이 든다. 집밖으로 나와보면 고층 건물은 왜 그리 많은지 건물에 들어가기 전부터 맥이 빠진다. 1층이 계단 위에 있는 곳도 많고 휠체어용 경사로는 너무 가파르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높은 턱이 없고 건물을 드나들 때 바퀴로 다닐 수 있다면 비장애인에게도 더 편한 도시가 될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는 한마디로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등 모두가 편한 도시”다. 이러한 개념을 순천의 도로, 교통, 교육, 복지, 도시재생, 관광 등 모든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다.

민선7기를 시작하면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시정 철학으로 내세웠다. 도심 지역의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유주차장 조성, 공영자전거 확충, 주민에게 필요한 생활공구 공유 등 함께 쓰는 공유경제로 시민들의 생활이 편리해 진다.

마중택시, 저상버스 운행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이동 편의를 도모하고 열린관광지로 선정된 순천만습지는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시민들에게 체감되고 도시의 격을 높일 수 있도록 사람중심의 안전하고 편안한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공동체에서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는 타인이 아닌, 결국 시민들을 위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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