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코무덤 위령제와 진도 ‘왜덕산 정신’

일본 교토에 있는 ‘코무덤’(鼻塚)에서 28일 위령제가 열린다. ‘왜덕산 사람들의 코무덤평화제’로 명명된 이번 위령제에는 전남 진도를 비롯 서울·부산 등지의 40여명의 한국인들이 참가한다. 코무덤평화제에는 진도향토사학자 박주언씨와 진도북놀이보존회, 남도민속학회 회원들이 참석해 무덤에 안장된 코 주인들의 영혼을 달래는 각종 굿과 공연을 갖는다.

교토 코무덤은 정유재란 당시 왜군들이 잘라간 조선 군사와 백성들의 코가 묻혀 있는 곳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정유재란 당시 조·명연합군의 반격으로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전투를 독려하기 위해 왜군들에게 조선인 코를 베어 보낼 것을 요구했다. 이후 조선인 8만 여 명, 명군 2만여 명에서 잘라낸 10만 여 만 개의 코가 일본으로 보내졌다.

일본 교토에 있는 코무덤은 임진·정유재란 당시 왜군의 잔학상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유적이다. 왜군들은 전공을 높이기 위해 조선군사 및 의병들의 코는 물론이고 아녀자와 어린아이들의 코까지 잘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바쳤다. 도요토미는 조선에서 보내온 코(일부는 귀)를 수레에 싣고 전국을 돌며 조선정벌의 공을 자랑했다. 야만적 행위였다.

코무덤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조선에서 잘라온 코의 숫자와 영수증 등 관련 자료가 세상에 나온 것은 재야사학자 고 조중화씨의 공이 크다. 일본에서는 코무덤이 ‘귀무덤’으로 같이 불리고 있다. 에도시대 학자 하야시 라잔이 코무덤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야만성을 희석시키기 위해 ‘귀무덤’(耳塚)으로 바꿔 부른데서 비롯된 일이다.

이에 반해 진도 왜덕산(倭德山)에 있는 왜군묘지는 조선인들의 박애정신을 드러내고 있는 장소다. 진도군 고군면 내동리에 있는 왜덕산에는 명량해전 당시 죽은 일본수군 100여명이 묻혀 있다. 진도군민들은 비록 원수지만 멀리 타지에 와서 죽은 왜군들을 후히 장사지내주었다. 이를 ‘왜덕산 정신’이라 한다. 잔학의 상징인 코무덤에 비하면 너무도 인간적이다.

왜덕산 정신에 공감하는 이들은 지난 2016년부터 해마다 교토에서 코무덤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진도의 예술인들과 진도에서 북놀이를 배워간 부산, 순천사람들이 뜻을 모아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여기에 성주의 경북유도회(儒道會) 회원들까지 합세했다. 한·일간의 아픈 역사를 보듬어 인류애 정신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왜덕산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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