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마지막 날 버스터미널·기차역 ‘북적’

‘고향의 情’ 가득 안고 다시 일터로…
추석 연휴 끝날 버스터미널·기차역 ‘북적’
양손엔 저마다 부모님이 챙겨주신 선물 보따리
할아버지·할머니·손주들 손잡고 아쉬움 달래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26일 오전 광주 송정역에서 귀경객들이 기차에 오르고 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할아버지, 할머니 내년 설날에 또 올게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광주 송정역과 광천동 버스터미널 등은 달콤한 추석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경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닷새간의 연휴를 마치고 고향에 있는 가족과 헤어지려 하는 이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날 오전 10시 광주 송정역은 자녀의 배웅을 나선 부모와 귀경길 부부, 추석 연휴 휴가 복귀를 앞둔 군인 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광주송정역 내 카페에서는 열차시간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승객들도 눈에 띄었다. 기차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의 양손에는 부모님이 챙겨주신 선물 보따리가 한짐씩 들려 있었다.

2년 만에 고향에 방문했다는 이슬기(28·여)씨는 “2년여 동안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느라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며 “어머니가 해준 음식이 많이 그리웠는데 추석 연휴 동안 실컷 먹어서 살이 찐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가족과 함께 용산행 기차를 기다리던 최영아(33·여)씨는 “부모님께서 추석 연휴 동안 ‘시집은 언제 갈거니?’라고 재촉해 시달렸다. 배웅을 나오면서까지 결혼을 서두르라고 하셨다”며 “부담스럽긴 하지만 다음번엔 좋은 소식을 가지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이날 오후 1시 광주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도 고향의 정을 안고 아쉬운 인사를 나누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족과 함께 서울행 버스를 기다리던 김승민(9)군은 버스에 올라탈 때까지 할아버지·할머니의 손을 놓지 않았다.

김군은 “할아버지, 할머니 내년 설 날에는 키가 더 커서 올게요. 앞으로 아빠랑 엄마 말도 잘 듣고 동생과 싸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헤어짐이 아쉬운 듯 김군의 할아버지는 떠나는 차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버스를 기다리며 TV를 시청하는 승객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권한(57)씨는 “명절에 모인 가족들 모두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며 “하루빨리 남북 교류가 이뤄져 북한으로 가족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30대 자녀들은 부모에게 취업 걱정을 끼친 것 같다며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광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로 상경해 취업공부를 하고 있는 이태우(29)씨는 “이번 추석에 반드시 취업을 해서 오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죄송스럽다”며 “내년 설날에는 꼭 취업을 해 부모님 선물을 가득 사 오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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