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다섯 가지를 지키면 더욱 빛난다.

김갑제<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국가보훈위원회 위원>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

이제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길을 확실하게 천명했다. 시시각각 한민족이 들려주는 화해와 협력의 함성, 누군들 이 평화를 위한 거센 물결을 막을 수 있으리. 진정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결실의 환희가 지금 우리 앞에 우뚝 서있다.

결실의 희망은 지역에서도 적지 않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해묵은 난제들이 10월을 기점으로 조금씩 풀리고 있다 한다. 광주군공항 이전, 도시철도2호선,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 광주송정KTX역 개발사업, 광주역 활성화 방안 등 실타래처럼 얽혀있던 난제들이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해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팽팽한 의견대립과 함께 감정싸움으로 까지 치닫고 있는 도시철도 2호선 문제는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예의와 절차가 무시되고 객관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채 자신만이 옳고, 정의의 사도라는 생각으로 상황이 전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정부나 각 지자체 등 당국도 건강한 민주정치의 유지와 운영은 단지 공식적인 대의제도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보다 안정되고 뿌리가 튼튼한 민주주의는 제도권 밖에 존재하는 다양한 집단들의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참여에 의해 권력이 견제되고 균형이 유지되는 체제임을 항상 기억하라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운동권의 존재는 시대적 소명이며 필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나 세상이나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무능이나 부패구조는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근의 시민운동 흐름을 보면 비록 일부단체의 행각이지만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순수성을 상실한 것으로 생각되는 행동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우리의 시민운동이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간절한 바람으로, 시민운동권이 반드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엘리트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야한다, 우리의 기성정당들이 오늘날과 같은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1차적인 원인은 엘리트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시민단체들도 지금까지 운영해 온 관행처럼 다수의 시민에 의한 참여보다는 소수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계속한다면,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증대할수록 그 이상적인 목표도 소수의 자의적인 판단과 독단적 운영이라는 함정에 빠질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을 더 이상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둘째, 도덕성과 시민적 덕성이다. 이는 시민운동의 생명이다. 생각해보라. 비판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과 퇴출대상이어야 할 사람들이 시민운동단체에 가담하거나 그 깃발로 비판하며 이권에도 개입한다면 누가 믿고 따르며 지지할 것인가. 여기에 시민단체는 시민의 대표가 아닌 만큼(시민대표도 마찬가지지만) 시민단체들에 의한 정치는 타협과 공존 준법의식과 같은 시민적 덕목에 의해 이끌어져야만 한다는 대 명제가 있다. 이 같은 덕성의 견지야말로 시민단체를 기성정치와 구분 짓는 결정적인 잣대이며 시민단체의 존재의 이유임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셋째, 비판대상의 선정에 있어 객관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 해서 무조건 비판하고 매도한다면 민심은 돌아설 것이다. 비판해야 할 대상을 선정할 때는 분명한 이유와 사회정의 차원을 우선 생각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검토하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

넷째, 독선과 자만에 빠지지 않아야한다. 자신만이 정의의 사도라는 생각으로 남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오히려 시민들의 비판 대상으로 전락하고야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법적인 언행은 절대 금물임을 가슴으로 기억하기 바란다. 특히 정치단체와 지자체와의 투쟁에서도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신뢰를 잃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시민 운동권에 남기를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운동이 음모에 의해 정치권을 공격하고 지각변동을 주도하며, 시민운동가들은 정치권 진입을 위해 필요에 의한 투쟁을 일삼는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 회전문 인사처럼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오가는 현실에 비춰보면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신의 출세와 목적을 위해 인신공격과 지역갈등을 부추겼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시민 운동권에 남기를 재삼 강조한다. 만약 정치권에 진입 하는 인사가 적지 않을 경우 믿음 상실에 따른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정도에 알맞은 것이 중(中)이요, 언제나 바르고 일정한 것이 용(庸)이라는 주자(朱子)의 말씀처럼 중용을 항상 명심해야한다는 말이다. 끝으로 노동계의 불참선언으로 흔들리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도 이 시대의 화두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어 하늘만 쳐다보는 절박한 젊은이들의 현실을 생각하며, 모두가 지혜를 모아 최선의 방안을 도출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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