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181>제10장 의주로 가는 야망

“니놈들 뭐냐?”

정충신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들이 주춤 멈칫거렸다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게 섰거라!”

정충신이 뒤쫓자 도망가던 명군 네 놈이 달리면서 지들끼리 뭐라고 지껄이더니 갑자기 뒤돌아섰다. 숫적으로 우세하니 역공에 나서도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정충신과 윤인옥이 순간 서로 등을 맞대고 서서 전투대형을 갖추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정충신이 장검을 빼들었다.

“그 칼은 우리 부장 것이다. 내놓거라.”

명 군사가 외쳤다.

“미친 놈, 너희들과 맞대거리하는데 나가 줄 사람이냐? 도대체 너희들 뭣하는 놈들이여?”

차돌처럼 단단하게 생긴 정충신의 검술자세는 빈틈이 없었다. 그들에게 밀리면 이 바닥을 누가 지키냐는 오기가 발동했다.

“겨루자는 것이냐?”

“그렇다. 무사를 수치스럽게 하지 마라.”

그러나 그들은 정충신의 실력을 알고 있다는 듯 덤벼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린 싸우고 싶지 않다. 다만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이냐. 이 사람을 노리느냐?”

정충신이 윤인옥을 가리켰다. 그들은 윤인옥의 거처지에서 얼쩡거리고 있었지 않았는가.

“사실은 너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니놈 멱을 따서 상관에게 바치고, 우리 할 일을 하려고 했다. 우리 군사를 죽였지 않았느냐.”

“내가 니 병사를 죽인 것이 아니다. 너의 부장(副長)이 죽인 것이다.”

“너로 인해 죽었다. ”

“그런 식으로 하자면 끝이 없다. 도우러 왔으면 진정으로 도와야지 온갖 행패에 부녀자를 탐하고, 약탈하고, 그렇다면 왜놈들과 무엇이 다르냐. 조선은 일찍이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예와 의와 법도를 숭상하고, 여성의 정조를 생명보다 아낀다. 그런데 왜놈보다도 나쁘게 행동한다. 그건 대국의 체모가 아니잖느냐. 너희가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쳤기 따물로 대국 말 듣는다. 땅덩어리가 넓어서 듣는 대접이 아니다. 우리가 대국에게 무엇을 배우겠냐.”

그러자 조장인 듯한 병사가 말했다.

“나는 동충평 군마 부장(副將)이다. 어마감, 태복시 소속이다.”

“어마감, 태복시?”

“그렇다. 말을 기르는 관청이다. 어마감에서 말을 기르고, 기병대를 조직하여 적과 맞서도록 한다. 여기 나를 따르는 병사들은 남방에서 왔는데, 보병을 주축으로 하는 남군 출신들이라 어마감에 배치되었어도 서툴러서 말을 다루지 못했다. 그통에 말들이 네 마리나 도망을 가버렸다. 군마 하나당 쫄개 목숨 다섯 개다. 네 마리나 없어졌으니 우린 살았다고 복창할 수가 없다.”

그것을 채우려고 그들이 통군정 아래 설치된 조선 군마청을 기웃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동충평이 말했다.

“우리 말이 여기 와있는지 모르겠다. 너희들 해치지 않을 것이니 마방을 한번 살펴야겠다.”

“우리는 마방 병사가 아니다. 너희들 보유 말이 몇마린가?”

동충평이 응수했다.

“나는 감숙성의 산단(山丹)군마장에서 말을 기른 조련사다. 산단은 서한시대부터 말을 키운 명소인데, 역대 왕조들이 산단 군마장의 말을 사용할 정도로 말의 품질이 우수한 곳이다. 조선의 삼분지 일만한 초원지대에 한때는 백만 마리의 말과 오십만 마리의 낙타를 길렀으나, 몽골족에게 약탈을 당하고, 어느해는 돌림병이 돌아 말이 몰사를 해서 지금 명대(明代)에 와서는 군마의 규모가 이십만 마리로 줄었다. 이들 말들이 북방 흉노족, 몽골족과 맞서고 있다. 나는 마필 오백두를 이끌고 평양성 전투에 투입되었으나 폭우가 쏟아지는 진창구럭에서 태반을 잃고 의주로 후퇴했다. 군마병 숫자가 부족해서 남방 병사들을 어마감 군마방에 편성했는데, 이놈들이 말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다루지도 못해서 도망가거나 잃어버렸다. 말이 한번 튀면 한 순간에 백리를 달리니 놓쳤다 하면 잡지 못한다. 우리 부대 말은 우수 말이어서 금방 표가 난다.”

“키가 큰 말을 말하는가?”

“그렇다. 호말이다. 호말은 너희들 것과 근본이 다르다. 몽골말과 서역 말의 우량종 교배로 번식한 산단 말은 체형이 균형잡히고 기품이 있지. 덩치가 크고 근육이 발달하고 사료에 까다롭지 않아서 어느 곳에서나 적응성이 뛰어나다. 속도와 지구력이 뛰어나서 하루종일 달려도 땀 한번 쏟으면 거뜬하다. 그런 말을 네 필이나 잃어버렸다. 숫자가 많으면 눈에 띄지 않지만 얼마 안되는 군마 속에서 네 마리나 잃어버렸으니 돌아가면 모두 골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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