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방조하는 사회에 사는 불행
김성식(조선이공대학교 교수)
 

김성식 조선이공대학교 교수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 중 술 소비량 1위에 음주사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 이는 순전히 조상 탓인지 모르겠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보면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음주와 가무를 무척 즐겼다는 기록이 여러 군데 기록되어 있는데, 5월이 되어 씨뿌리기를 끝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무리지어 음주가무를 하는데 밤낮으로 그침이 없었으며 추수 후에도 제천행사 후에 주야로 음주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당시는 농경사회로 한데 어울려 파종과 수확을 하다 보니 함께 마시며 신명나게 놀았을 것이지만 지금이야 그런 시대도 아닌데 왜 술 소비량이 그렇게 많고 음주운전 사고 또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국민안전처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하루 평균 136명이 음주운전으로 죽거나 다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달 23일 보험개발원과 손해보험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 간(2015~2017년) 추석 연휴기간 일평균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상자는 82명으로 평소보다 18% 증가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날 어느 보험회사가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 5년간(2013~2017년) 추석 연휴기간 법규를 위반해 발생한 교통사고 1위는 음주운전으로 조사 10명 중 3명이 30대, 2명이 20대로 나타났다. 이번 추석에도 부산에서 음주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휴가 나온 장병 한 명을 치어 의식불명에 빠트리고 4명을 크게 다치게 한 교통사고가 일어났는데 운전자는 역시 20대였다.

얼마 전 누리꾼들을 화나게 했던 경기도 양평에서 일어났던 음주운전 교통사고도 20대 여자가 술을 마시다 술이 떨어져 편의점에서 술을 사오는 길에 역주행으로 발생한 사고였다. 60대 노부부가 몰던 소나타와 정면충돌하여 남자는 늑골이 골절되고 소장, 대장, 직장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했고 부인은 고관절을 다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던 사고였다. 음주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98%의 상태였으나 초범으로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 후 집행유예 2년에 사회봉사 80시간 밖에 선고 받지 않았다는 것 동승자2명 또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것에 화가 난 것이다.

이렇게 치명적인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음주운전 사고가 그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전적으로 법의 경미한 처벌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음주운전으로 일가족 3명을 사망케 한 사고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4년형을 받는 것을 보면 도대체 법의 정의가 살아있는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우리나라는 술 먹고 저지른 사고에 대해서 이렇게 관대할까? 음주운전 사고는 고의가 아니라 과실범으로 간주하여 대법원 양형 기준에 최대 징역 4년 6개월까지만 선고하도록 돼 있다. 아무리 대형 사고를 저질러도 최대 4년 6개월을 이상을 받은 적이 없고,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도 처벌은 고작 징역 1년 정도를 받을 뿐이다. 매년 음주운전으로 4백 명 가량의 생명이 희생되고 있는 데도 음주운전 재범률은 40%를 웃돌고 있는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의 상습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음주운전자 10명 중 2명은 습관적으로 운전을 하는데 이는 웬만해서는 단속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이 단속에 한 번 걸리기 전까지 평균 26차례 정도 음주운전을 하고 있으며, 어떤 운전자는 3년 동안 50번이나 음주운전을 했으나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한 번의 음주운전이 패가망신은 물론 목숨까지 내놓게 된다면 과연 지금처럼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할 수 있을까 싶다.

미국 워싱턴주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자 발생 시 1급 살인죄를 적용하여 징역 50년에서 종신형까지 처벌하고 있으며, 엘살바도르는 음주운전 적발 즉시 총살형에 처하고 있고, 불가리아 또한 재범일 경우 교수형에 처하고 있는 등 많은 나라가 중형취급을 하고 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지만 음주운전에 대해서만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처럼 바로 수감조치하거나 노르웨이처럼 재범 시 평생 면허취득을 불허한다면 과연 음주운전할 사람이 몇 명이 될 것인가?

10월은 일년 중 음주운전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달이기도 하다. 재수가 없어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미리 고지하지 말고 상시 단속하여 음주운전을 원천적으로 근절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음주운전을 방조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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