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182>제10장 의주로 가는 야망

“그래서 도적질하러 온 것이여?”

정충신이 물었다.

“도적질은 무슨 도적질, 너희 마방 살피러 왔다니까.”

“우리는 군마병이 아니다. 그리고 뭐라하든 너희는 도둑이다. 우릴 도우러 왔다지만 행패가 심해서 적인지 우군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몽골족, 만주족, 흉노족과도 싸운다. 너희들은 왜군과만 싸우지만 우리는 사정이 더 복잡하다니까. 우리가 조선에 원군으로 나온 것은 자식이 매맞는 꼴 보는 게 민망해서다. 내 말 잘 들어라. 요동총병 양소훈 장군이 명령하여 사대수 휘하 오천 병사들이 의주 대안의 방비를 위해 파견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신기영 좌참장 낙상지 장군이 휘하 남병 3천명을 이끌고 압록강변으로 왔다. 신기영은 알다시피 수도 북경수비대로서 화포를 스무 문이나 가진 대병이다. 여기 나를 따르는 자들은 남병 출신들인데 이들을 잘 구슬러야 남병 동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가 하는 말은 의외였다.

“이놈들을 활용하면 조선군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명은 남병을 동원하여 일본 본토를 치기로 했다. 이때 조선이 밀어붙이면 왜는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남방 광저우 닝보 항저우 상하이 병사들이 바닷길을 타면 일본 규수와 시코쿠로 곧바로 올라갈 수 있다. 이 군대가 왜군이 우굴거리는 곳을 친단 말이다. 그러면 조선반도에 들어온 풍신수길이의 군대는 고립되고, 그때 명조(明朝)연합군이 이것들을 치기가 좋단 말이다. 전선을 확장하면 일본을 집어삼킬 수 있다.”

“그 말 사실인가.”

윤인옥이 물었다.

“비싼 밥먹고 허튼 말 하겠느냐.”

정충신이 윤인옥에게 낮게 속삭였다.

“성님, 이거 대단한 첩보요. 어서 가서 대감 마님한티 알려야겠소.”

“하지만 저 자들이 우릴 보내겠느냐? 말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내 복안이 있소. 저놈들을 달래서 델꼬 갑시다. 어차피 사명감은 없고, 목숨만 부지하면 무슨 짓인들 못할 놈들이 아닝개 저놈들이 좋아하는 것을 앵겨주면 될 것이요.”

“저놈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관대?”

“배불리 먹이고 여자를 넣어주면 되지라우.”

정충신은 두가지 지략을 생각했다. 남방 병사들이 일본을 친다니 정보를 상세히 탐지해 전략을 세우고, 북방 출신인 동충평은 군마병이니 말을 기르는 데 도움을 받는다.

조선은 일찍이 제주도에서 태어난 말을 전라도 망운 목동리에서 길러 한양 왕실로, 또는 각 부대로 배치하고 있었으나 종자가 작아서 전투용으로는 적절하지 못했다. 왜놈 기병들의 군마의 기세에 곧장 꺾이는 것이 조선 말들이었다. 이 자들을 데리고 가서 종마의 씨를 잘 배양하면 준마를 뽑아내는 데 용이할 것이다. 군마 한마리는 군졸 수십 명보다 효용성이 있는 현실 아닌가.

“너희들 배고프냐? 우리를 따르라. 따뜻한 이팝과 고기국부터 먹어라. 명의 원군을 우리가 잘 대접하지 않은 것도 결례다.”

정충신이 말하자 동충평이 별 의심없이 물었다.

“여자도 있나?”

“두말하면 개소리지.”

얼마나 갈구했던 욕망인가. 동충평이 하, 하고 크게 입을 벌려 웃었다.

“밥 한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진중의 고달픔을 정충신은 이해했다. 전선에선 먹는 것이 가장 부실했다.

“우리 집으로 가자.”

동충평이 부하 셋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가자. 가서 배불리 먹고 오자.”

그러자 남방 병사 한 놈이 우물쭈물했다. 그리고 비칠비칠 몸을 뒤로 빼더니 도망가기 시작했다. 동충평이 달려가 그의 등에 칼을 꽂아 쓰러뜨렸다.

“지휘관의 지휘를 개좆으로 아는 새끼, 이탈하면 가는 거야. 밀고하면 나는 가버리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들, 조금 먼저 갔을 뿐이야...”

나머지 두 병사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정충신이 말했다.

“동충평 부장은 이제 원대복귀할 수 없다.”

“그렇지. 돌아가면 당장 효수감이 될 것이다.”

동충평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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