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정책 알뜰폰 ‘위기감’

올해 49만명 이통3사로 갈아타

이통사 요금제 개편 ‘직격탄’

알뜰폰 업계에 경쟁력 저하로 인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이동통신 3사와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데다 통신망을 빌려쓰고 지불하는 도매대가도 기대보다 내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만 49만명이 알뜰폰에서 이통 3사 상품으로 옮겨간 것으로 파악됐다. 거꾸로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온 고객은 44만명에 그치며 가입자 이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해 1∼9월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옮긴, 즉 번호이동을 한 고객은 49만4천345명으로 작년 동기(46만5천198명)보다 6.2% 증가했다.

반면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고객은 44만2천282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알뜰폰 전체 번호이동 가입자는 5만2천63명 순감했다. 알뜰폰에서 이통사로 이탈한 고객이 이통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온 고객보다 5만2천63명 적다는 의미다. 작년 같은 기간 7만8천261명 순증한 것과 대조된다.

월별로 보면 5월부터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9월에는 2만2천636명이 순감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신규가입과 기기변경을 포함한 전체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

알뜰폰 전체 가입자는 8월 기준 789만1천553명으로 전월보다 1만1천686명 느는 데 그쳤다. 알뜰폰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한 2012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알뜰폰 가입자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통 3사의 요금제 개편이 꼽힌다. 3사는 5월 말 KT를 시작으로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요금제를 앞다퉈 내놓았다. 특히 3만원대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을 대폭 늘린 것이 중저가 요금제가 주요 수익원인 알뜰폰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해당 요금제들은 25% 요금할인을 적용할 경우 월 2만4천원대에 데이터 1∼1.3GB를 제공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월 2만원대에 1GB 이상, 음성통화 200분)에 준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결합 할인과 멤버십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알뜰폰 대신 이통사로 눈을 돌리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의 경우 신규 요금제 ‘T플랜’ 출시 후 한 달 동안 가족 결합으로 데이터를 공유받는 고객의 98%가 3만∼5만원대 중저가 요금제를 택했다.

정부가 최근 알뜰폰 지원을 위해 도매대가를 인하하고,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1년 연장했지만, 가입자 이탈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강화와 요금상품 다양화 등 업계 차원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겠지만, 통신사와 직접 경쟁이 불가피한 이상 가입자 이탈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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