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통법
나선희(스피치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나선희(스피치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언제부턴가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다.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다, 실체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만 호들갑이다, 딴지를 놓는 반응도 적지 않다. 나도 처음에는 강 건너 불구경했다. 미래학자들 입에서나 오르내리는 추상적인 용어쯤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넋 놓고 지낸 일이년 사이 “이미 와 있는 4차 산업혁명”이라더니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각 분야에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직업,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4차 산업혁명 시대 리더십,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상 등이다. 내가 주로 하는 강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강의는 사회 요구의 반영으로 기획된다. 도대체 그 말 많은 4차 산업혁명이란 게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 또는 들어나 보자는 사람들의 수요가 생기면서 나도 공부 좀 해보기로 했다.

4차 산업혁명? 학창시절 귀가 따갑게 듣고 암기했던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은 알겠는데 4차도 있나? 산업혁명이 술판이냐? 4차까지 이어지게? 우스개로 하는 말이다. 어쨌든 4차 산업혁명이란 한마디로 인공지능(AI),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된다. 그리고 1870년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가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서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의장으로 있는 2016년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나온 용어이다. 세계 경제 포럼은 세계경제에 관해 논의하는 권위 있는 국제 민간회의이다. 1971년 창설된 이래 1981년부터는 매년 스위스 휴양 도시인 다보스에서 열린다. 그래서 다보스 포럼(Davos Forum)으로도 불린다. 정치, 경제, 문화 등 국제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모여 광범위한 토론을 펼치는 만큼 그 영향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두고 말이 많았다. 세계적으로 그런 말을 쓰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만 4차 산업혁명을 두고 요란이라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용어조차도 없다는 거지.”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남편이 한 말이다. 맞다. 오지도 않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가지고 설레발치지 말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최고 관심사로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은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정점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뺏기게 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을 통해 절감하고 이를 통해 제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을 부정적으로만 접근하는 이유다. 이런 우리의 반응을 제대로 집어 낸 사람이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교수다. 그는 정재승 교수와의 대담에서 한국은 다양성과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게 되는데 영향을 준 사례다. ‘기술’로만 대처하기보다 ‘문화’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의 화두가 된 “소통과 책임 리더십”만 봐도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의 예고로 사회는 불안감이 확산되었다. 그러니 유연하게 대처하고 책임지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말이 맞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논리, 지식, 이성(reason) 분야에서 인류가 인공지능을 이기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경주하려하지 말고 협상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버드 대학의 설득·협상 강의로 유명한 포저 피셔 교수와 다니엘 샤피로 교수는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에서 협상은 이성적 주장을 넘어선다고 말한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므로 상대의 긍정적 감정을 자극하여 협상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으라고 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서지능(EQ)이 요구된다. 감성이 지식보다 더 지혜롭게 작용한다.

긍정적 감정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자세가 곧 존중이다. 상대에게 집중하고 들어야 한다. 엄마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만으로 뭘 원하는지 알아챈다. 마음의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세상과 소통하려면 ‘기술’보다 ‘마음’에 집중해보자. 엄마의 귀를 닮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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