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188>11장 청년장교

“군율을 바로 잡으시오. 군 기강을 바로잡으려면 훈련교범을 가지고 훈련해야 합니다. 정해진 수칙을 만들어, 그 수칙에 따라 군사조직을 움직이면 기강이 잡힐 것입니다. 이 수칙은 전체 군대에 공통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부대마다 수칙이 다르면, 병사 전속과 교체가 이루어질 시 혼란만 가중될 것인즉, 반드시 통일해야 할 것이오. 그리고 급료병을 모집하시오. 포수, 궁수, 살수 등 직업군인을 양성해 운영하란 말이오이다.”

그는 술잔을 비울 생각을 않고 계속 말했는데, 어느새 정충신이 받아적은 것이 하나의 서책이 될 만큼 빼곡이 채워졌다.

다음날 이항복은 정충신을 대동하고 행재소로 입궐해 최고위급 인사만 참석하는 어전회의를 소집하도록 왕에게 아뢰고, 어전에 대기했다. 영의정 류성룡, 형조판서 이덕형이 부랴부랴 행재소로 들어왔다. 그들은 이항복 곁에 읍하고 서있는 정충신을 보고 놀라는 기색이었다.

“젊은이는 누구요?”

류성룡이 묻자 왕이 대신 대답했다.

“내 일찍이 알고 있는 자이니라. 총기가 선명하도다. 이 대감의 사가에서 병술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어린 몸으로 장계를 가지고 수 천리 달려온 애국소년이다.”

“다부지고 영리하게 생겼군요.”

이덕형이 칭찬하고 정충신의 위아래를 훑었다. 왕이 용좌에 좌정하자 모두 왕 앞에 무릎꿇고 앉았다. 정충신은 발을 친 한켠에 엎드리듯 앉았다. 이항복이 말했다.

“성중(城中)에 와있는 명군의 참장 낙상지라는 장군을 만났나이다. 한양 도성과 삼남지방에 진을 친 우리 군대의 상황을 샅샅이 살피고 신에게 보고하였는 바, 가장 긴요한 것이 훈련도감설치라고 하였나이다. 통일된 군사훈련 수칙을 만들고, 그 수칙에 따라 모든 부대가 똑같은 목록대로 훈련하라는 당부이옵니다. 십진법과 다른 훈련교범입니다.”

“그 수칙을 무엇으로 만든단 말입니까. 군 사령관마다 제 나름으로 군사교육을 실시하고 있지 않소이까. 수칙을 만들려면 원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잖소. 오성대감 머리에 있소?”

친구라고 이덕형이 비꼬듯이 물었다. 장난스럽기는 이항복이 앞서는데 그가 꼬장부리듯 묻는다. 그러나 이항복은 때가 때인지라 진지하게 말했다.

“하나로 통일된 훈련교범입니다. 명나라 명장 척계광이 집대성한 ‘기효신서’를 교재로 쓰라고 하였나이다. 우리의 십진법은 전투교본이고, 그에 앞서 훈련교범을 숙지하고, 그런 뒤 병법을 강구하라는 것이옵니다. 기효신서는 명군 훈련법의 기본으로 하고 있는 바, 그것에 따른다면 군대는 무적이 될 것이라 했사옵니다. 무예학습, 포군양성, 정예부대를 편성하면 방어전술과 공격전술을 구사하는데 더많은 이익을 볼 것이라 하였나이다.”

“장사하는 것이오? 이익을 본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가. 섬멸해야지.”

이번에는 왕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응수했다. 그는 비트는 데 명수였다.

“그렇습지요. 그래서 특수부대를 운영해야 하는데, 이 부대는 급료병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옵니다.”

“특수부대는 무엇이고, 급료병은 무엇인가. 그리고 또 무슨 돈으로?”

“포수, 사수, 살수 부대를 일컬어 삼수부대라고 하는 바, 이 부대를 특과별로 각 1500명씩, 4500명으로 부대를 창설하고, 삼수부대는 급료병으로 편성해야 하며, 급료는 재정 사정에 맞게 하되, 기본 월 백미 닷말씩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였나이다. 이런 모병은 기민 구제를 하는 방편도 되니 민심을 사는 일도 된다고 하였나이다.”

“듣자하니 좋은 계획이오. 이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데 우리는 왜 이 모양인가.”

“죄송하옵니다. 기왕 나온 말씀 하나 더 올리겠나이다. 낙 참장은 적의 작전계획을 알아내고, 예상 침투로를 사전에 파악하여 매복해 타격하는 정탐병과 척후병, 기습 특수부대를 편성하라고 하였나이다. 그것이 조선반도의 지형에 맞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하였나이다. 정탐병과 척후병은 이미 지난 7월 전라도 금산(현재는 충청남도)의 이치전투, 진안 완주의 웅치전투에서 정탐병으로 맹활약해온 젊은 병사 정충신이 상세히 설명할 것이옵니다. 권율 광주목사 휘하에서 완승을 거두었나이다.”

“문제는 훈련소 설치를 말하는 것이렸다?”

왕이 다르게 물었다.

“그렇사옵니다.”

“훈련도감 설치와 훈련소 연병장을 어디에 둔다?”

정충신이 수그렸던 고개를 들었다.

“상감마마, 근왕병이 주둔해있는 통군정 아래 큰 연병장이 있나이다. 거기서 매일 활쏘기, 화포 쏘기, 말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나이다.”

“그렇군. 과인이 젊은 병졸들의 무예를 직접 보겠다. 낙상지 참장도 초대하도록 하라. 이틀 뒤 실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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