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채취·불임제 살포로 억제해도 여전

‘악취에 미끄럽기까지’ 도심 은행 골칫거리
정화능력 탁월…광주 가로수 29% 차지
열매채취·불임제 살포로 억제해도 여전

가을철 악취를 유발하는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시 5개 자치구에선 채집 작업 등으로 민원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 송정동 인도에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의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가을철 되풀이되는 은행나무 열매 악취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잇따르는 민원에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가 열매 채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인도·도로에선 그대로 방치되는 등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10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광주 전역에 심어진 가로수는 15만9천33그루로, 이 가운데 은행나무는 4만6천124그루(2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도로변 버스 정류장이나 인파가 몰리는 상업지역 등에선 은행열매를 밟지 않으려다 서로 부딪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윤형우(41)씨는 “자전거 라이딩을 자주 나가는데 자전거 바퀴가 은행나무 열매 무더기를 밟으면서 미끄러져 손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다”며 “요즘 같은 날씨가 라이딩하기 좋지만 자전거 이용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 차지연(34·여·남구)씨는 “매일 아침 바닥에 떨어져있는 은행나무 열매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밟게 된다. 더욱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열매를 밟은 상태로 버스에 탑승하면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며 “악취가 심한 만큼 시민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서 은행나무 열매 관리가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은행이 열리는 시기와 맞물려 강풍이 불면서 악취민원이 상당수 접수되고 있다”며 “주민 민원이 접수되면 해당 지역에 작업반을 투입해 채집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질소·아황산가스·납 등 정화 기능이 탁월하고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이다. 또 도로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미관 효과도 볼 수 있다.

열매는 모두 암나무에서 열리는데 15년 이상 자라 열매를 맺기 전까지 암수 구분이 어렵다. 그렇다보니 나무를 심기 전 암수를 구분하는 기술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은 DNA분석으로 어린 은행나무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특허를 받았다.

서울·대전 등 타 광역시도에서는 해마다 암나무 100~300여그루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그루 당 교체비용이 최소 100만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광주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광주에선 예산 문제로 암·수 교체작업 대신 열매를 억제하기 위해 수정시기인 3~4월에 불임제를 살포하고, 채집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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