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190>11장 청년장교

“참으로 동작이 전사다운 모습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낙상지가 거듭 감탄하며 말을 이었다.

“조선의 무예는 북방 여진족의 침략을 자주 받아서 그런지 여진족의 무예 잔상이 보입니다 그려. 기마 자세의 어설픈 모습이 있군요. 나의 병법을 익히면 체계가 세워질 것입니다. 조선에 온 명나라의 1차 구원병은 기병 중심이었으나 패배했고, 2차 구원병은 보병 중심의 절강성 부대입니다. 내가 데리고 온 부대지요. 조선군 부대의 무예에 ‘기효신서’에 등장하는 절강병법을 배합하면 육박전에서 왜군을 박살낼 것이오이다. 그런 인재를 오늘 만난 것이 소득이옵니다.”

“저 병사가 대본을 짰습니다. 이것저것 서둘러 배합을 하다 보니 동작이 설익은 것이 흠이군요. 이해하십시오.”

이항복이 말하자 낙상지가 받았다.

“저 청년병사는 단지 병사일 뿐입니까?”

“곧 있을 무과 시험이 있소이다. 응시할 것이외다.”

“진작에 장교로 채용할 수준이요. 그 수준을 넘은 군원(軍員)이오이다.”

“그러나 그것을 마다하고 있습니다. 정식 무과시험을 보아서 지휘자로 나서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과연 젊은이다운 패기요. 특권이나 반칙을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겨뤄 나서겠다. 아주 좋습니다. 군인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당당한 기백이지요.”

그렇게 말한 뒤 낙상지가 스스로 짝짝 박수를 치며 말을 이었다.

“좋은 군사를 육성하려면 극기훈련과 육체단련이 있고, 육체단련은 기계체조와 맨손체조로 다지는 바, 매일 훈련과정에서 익혀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효신서에 나오는 절강병법을 꼭 익히도록 하세요. 여섯가지 병장기를 훈련시키는 병법입니다.”

“훈련도감을 설치하기로 했으니, 그때 낙 장수께서 입회하셔서 가르쳐 주십시오.”

“교관단을 파견하겠습니다.”

병사들의 제식훈련 시범이 끝나고 행진이 있었다. 행렬의 앞에는 기수와 취주악대가 나팔을 불고 북을 치며 가고, 그 뒤에 왕의 가마가 따랐다. 그 뒤로 문무 대신들이 따르고, 그 뒤를 무장한 보병과 기병이 행진했다. 보병은 창수와 환도수, 궁수들이었고, 기병은 긴 창을 가진 중장기병과 정예부대인 철갑옷과 투구로 중무장한 개마무사였다. 제법 격식은 갖추었으나 정돈된 행진은 아니었다. 낙상지는 사라져가는 이들의 행진을 보고 희망을 보았다.

“군인이란 영토보전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전시에는 직접 전투에 투입되는 사람들이지요. 한 나라의 국방력은 군원(軍員), 무기, 장비 및 전략전술로 구성되는데, 이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군원입니다. 군원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강군이 될 수 있고, 약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중 급료병이 중요합니다. 급료병은 직업군인이며, 이 군사는 십년이고 백년이고 나라를 지키는 중심입니다. 이들을 최고군사로 길러야 합니다.”

“의무병과 모집병 중 급료를 지급하는 급료병이 우수해야 한다 이 말씀이지요?”

“당연합지요. 이들이 나라의 기간병입니다. 예법만 아는 지방 수령이 장수로 나서는 제도를 폐지하고, 직업 군원이 계급 승진을 해 장수가 되고, 지휘관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군의 질서와 기강을 잡아야 하는 것이옵니다.”

“고맙습니다. 그래서 무과시험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낙상지의 조언은 여러모로 자극이 되었다. 겨울의 한 복판인데, 서둘러 무과시험을 치렀다. 섣달 그믐께였다.

정충신은 다섯 번 쏘는 활쏘기에 모두 백발백중시켰고, 투창에서도 다섯 번 중에 네 번을 과녁을 맞췄다. 말달리기는 기수보다 먼저 목표지점에 당도했다. 말을 타고 검을 쓰는 검기(劍技)에서도 일등이었다. 학과시험인 무경칠서(武經七書)와 장감(將鑑)을 막힘없이 달송(達誦)했다. 누가 보아도 특출한 문무겸장 인재였다.

합격자 발표를 보니 장원급제가 아니라 2등인 방안(榜眼)으로 급제했다. 누군가의 장난이 아닌 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시험관 누구도 정충신의 장원급제를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억울하다고 생각한 정충신이 시험관 주임을 찾았다.

“시헙결과를 승복할 수 없습니다. 답안지를 봅시다.”

시관이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답안지를 보여줄 권한은 없는데, 자넨 천문학에서 문제가 틀려서 방안 급제가 되었네.”

그러나 천문학은 더욱 자신있는 과목이었다. 응시자 중에 천리를 그만큼 아는 자는 없었다. 정충신이 집에 돌아와 퇴궐한 이항복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대감마님, 저는 천문학 과목에서 하나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항복의 대답은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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