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결과 공개된 광주·전남 유치원 '요지경 속' 비위 백태

유치원 예산으로 남편 월급주고, 어머니 선물까지…
감사결과 공개된 광주·전남 유치원 비위 백태
단순 회계 실수부터 ‘묻지마’ 예산 집행도 드러나

최근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태가 학부모와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유치원 예산으로 원장 남편에게 수백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거나 원장의 어머니에게 돈을 송금하는 등 광주·전남지역 유치원에서 벌어진 비위 행위도 공개됐다. <관련기자 20면>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광주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사립유치원 174곳 중 6곳에서 43건의 비위사실이 적발됐다. 전남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총 99곳에서 318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유치원 가운데 광주 A사립유치원은 원장이 배우자와 근로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채 사무직원 급여로 2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총 620만원을 부적절하게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유치원 원장은 또 선물구입 명목으로 어머니 계좌에100만원을 송금하고, 원장 개인자격으로 가입한 한 단체에 회비 500여만원을 유치원 예산으로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용 차량 주유대금 500여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집행한 사실도 적발됐다. 광주시교육청은 A유치원에 대해 경고 처분하고 부적절하게 집행된 예산 2천여만원을 회수했다.

또 광주의 B유치원은 통학버스 운전기사가 유치원 잡무를 도와준다는 이유로 근무상황부나 계약서 등 일체의 자료를 남기지 않고 700여만원을 지급했다가 감사에 적발됐으며, C유치원은 현장체험학습비를 부당하게 일괄 징수하고, 급식비 등 수익자 부담경비 집행내역에 대한 정산내역도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하게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남에서도 부적절하게 예산을 집행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한 유치원이 다수 적발됐다.

전남 목포의 D유치원은 2014년 2월 이후 원장이 자리를 비우자 원감이 2015년 2월까지 원장 직무를 대행하다 원감마저 해임돼 자격이 없는 유치원 설립자가 원장직을 수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유치원은 인가 정원보다 원아수를 정원외로 관리하는 등 인가학급을 초과해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의 E유치원도 유치원 설립자 차량을 이용해 유치원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는 이유로 설립자 개인 차량에 주유한 주유 대금을 유치원 회계에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다른 유치원은 최초 임용일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10년이 넘도록 근무한 운전원, 조리원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유치원의 단순 회계 실수부터 목적에 맞지 않는 예산 집행 등 여러 비위 사실이 매년 적발되곤 한다”면서 “해마다 감사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적은 인원이 수백개에 달하는 유치원을 상세히 들여다 보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을 계기로 한유총은 깊이 반성하면서 대한민국의 유아교육을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이제 이번 사태는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하는 유아교육을 만드는 논의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사과했다.
중·서부취재본부/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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