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동부취재본부 취재국장의 순천만에서
취임 100일 맞은 민선 7기 단체장들에게

6·13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민선 7기 자치단체장들이 지난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전국 각지의 자치단체장은 이날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 지역민들에게 일제히 취임 100일 인사를 했다. 인사란 다름 아닌 자신의 치적을 담은 내용을 내놓은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민선 7기 지역의 핵심공약 및 실천계획 등을 제시했는데 훌륭한 워딩이 넘쳐났다. 복지를 통해서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행복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 특성을 찾지 못하고 창의력이 없이 일자리 만들기와 소통 등 전국 자치단체들이 거의 모두 시행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나오는 돌고 도는 지역정책을 모은 것으로 구체성이나 차별성이 없었다. 하긴 민선 6기에서도 그랬고 항상 그래서 별 기대는 안했는데 역시나 였다.

민선 7기 들어 많은 자치단체들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예산운용의 폭이 좁아지면서 계획된 사업의 축소·백지화 또는 재조정에 들어가는 등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마음을 다잡은 자치단체장들이 속한 지역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반면, 벌써부터 조바심을 내고 사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역은 구성원 간 갈등이 시작되는 등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초심을 잃고 사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전임자의 좋은 정책은 상대 당 출신자 또는 정치적 경쟁관계를 떠나 주민의 입장에서 승계 받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길게 보면 오히려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은 온갖 이유를 내세워 벌써부터 조바심을 내는 등 그러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 어려운 재정여건은 아랑곳하지 않고 취임과 동시에 새로 선출된 자치단체장의 시·군·구 및 시·도정 구호와 슬로건 교체비로 수억 원의 예산을 물 쓰듯 하는가 하면 전임 시장의 슬로건을 그대로 사용해 수억 원의 예산을 절약하는, 주민의 귀중한 세금을 내 돈처럼 아껴 쓰는 경우로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결정은 사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단순한 논리로만 접근하기도 어렵다. 자치단체장의 생각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지역별 특화 사업이 결정되고 4년, 아니 그 이상의 미래가 결정지어지기 때문이다. 재정악화를 이유로 전임자 시절 추진되던 굵직한 사업들에 대해 재검토 또는 백지화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현 자치단체장의 공약사항 이행을 위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새로 추진하는데 거침이 없다. 주민을 위한 정책적 판단에 앞서 정치적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인사 문제도 그렇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막론하고 그 정권의 성패 여부는 인사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도 행정도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사람에 따라 서비스와 그 성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인들 자치단체장 혼자의 힘으로 행복도시를 만들 수 없다. 자신을 대신할 적재적소의 인물이 필요하기 마련으로 그만큼 인재발탁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배치할 것인가는 과거와 현재를 불문하고 지도자들이 항상 고민하던 주제다.

주위 사람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엄청난 성과를 내기도 하는 반면, 주위 사람의 반대를 무시하고 적합하지 않은 인재를 배치해 일을 망친 경우가 허다하다. 독단, 독주, 불공평, 우유부단한 인재발탁은 자치단체장 뿐 아니라 지역을 망치게 한다. 인사가 만사가 아닌 망사가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인사에 등용된 사람은 그 직에서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인사를 단행한 사람은 그들에 의해 업적을 평가받으며 이로 인해 리더에 속해 있는 조직과 구성원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치단체장의 덕목은 도덕성과 비전, 그리고 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 산업’이라며 실천한 이와쿠니 테츤도 전 일본 시네마현 이즈모시장의 소의를 반면교사로 삼길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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