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리 남도일보 문화체육부 기자의 기자현장

끝내 울려 퍼지지 못한 ‘남행열차’
 

‘남행열차’는 끝내 서울 밤하늘에 울려 퍼지지 못했다. ‘비내리는 호남선~’으로 시작되는 남행열차는 KIA의 승리를 자축하는 대표 응원곡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V11을 달성했을 때와 2009년 V10을 이룬 현장에서 KIA 팬들은 누구 할 것 없이 남행열차를 목청껏 불렀다. KIA가 천신만고 끝에 가을야구 참가를 확정지은 지난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KIA의 여정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멈춰섰다. KIA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1차전서 넥센 히어로즈에 패하면서 올 시즌 모든 경기를 끝냈다. KIA의 포스트 시즌 길은 참으로 멀고 멀었다. 시즌 막판, 143경기를 치르고서야 얻어낸 자리였다.

가을야구에 참가한 KIA에 힘을 불어넣고자 전국의 팬들은 고척돔으로 모여들었다. 제주도에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네 살배기부터 정읍에서 버스를 타고 온 할머니까지…. 팬들은 선수 몸짓 하나하나에 붉은색 물결이 요동치는 장관을 연출했다. 김선빈이 투구에 맞아 쓰러진 뒤 일어났을 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응원 목소리를 더 크게 냈다. 최형우가 선제 적시타를 날리자 귀가 터질듯한 뜨거운 함성을 쏟아냈다. 2-5로 뒤지던 6회 초 이범호가 투런포를 날리자 ‘역전 가즈아~’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피로감이 겹쳐서인지 실책을 연발하더니 끝내 패배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KIA의 패색이 짙어지자 팬들은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마지막까지 응원석을 떠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남아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패배에 대한 비난보다는 올 시즌 고생했다고 위로하면서 내년에는 더 잘하자며 응원을 보내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이런 팬들이 있는 한 KIA는 다시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 고척돔 조명이 하나 둘씩 꺼질때도 울려 나온 ‘최강 KIA’ 함성은 선수들을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다. 내년 가을에는 남행열차가 꼭 울려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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