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뉴스 단속의 나비효과
배미경 (더킹핀 대표이사/ 언론학 박사)

페이크 뉴스, 2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낯선 단어였다. 가짜뉴스의 영어표현인 ‘페이크 뉴스(fake news)’는 지난해 영국의 콜린스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가 될 만큼 유행어가 되었다. 여기에는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영향이 컸다. 대선과정에서 러시아 스캔들로 혼쭐이 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타임즈, CNN, 워싱턴 포스트 등 주류 언론을 향해 서슴없이 ‘You, fake’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애용어’ 중 하나가 ‘페이크 뉴스’니 트럼프의 유명세 덕이 없다할 수 없다. 심지어 그는 공식적인 회견자리에서까지 기자들을 공개적으로 ‘페이크’라고 면박주고, 취재 제한조치까지 서슴지 않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6일 ‘알 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대처 방안’을 발표했다. 가짜뉴스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낙연 총리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으로 지목한지 2주일 만이다. 정부가 지목한 허위조작정보라는 것이 바로 페이크 뉴스, 가짜뉴스다. 정부 발표의 핵심은 가짜뉴스를 제작하고 유포하는 사람에게 정보통신법의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형법의 명예훼손죄 및 업무방해죄 등 처벌 조항을 적극 적용해 엄단하고, 피해자의 신고가 없더라고 수사기관의 인지 수사에 의거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가짜뉴스의 사회적 폐해가 심각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중대한 사회문제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유통되는 가짜뉴스가 1%라고 가정할 경우 개인의 정신적, 경제적 피해와 기업의 영업피해 등 사회적 피해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30조 9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국내 연간 명목 GDP의 1.9%에 이르는 엄청난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짜뉴스가 사진조작 등의 기술을 통해 진짜 같은 가짜인 경우가 많아 판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중앙일보가 주니어 학생기자들을 대상으로 가짜 뉴스 판별 실험을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참가자 10명 중 7명은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지 못했다.

가짜뉴스 현상의 핵심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특정 의도를 가진 가짜 정보가 ②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기성 언론의 옷을 입고 ③인터넷 채널들을 매개로 급속도로 퍼진다는 것이다. 사실 2번과 3번의 논의는 교육강화, 플랫폼에 대한 규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특정 의도가 무엇인지를 판별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와 충돌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의 경계는 무엇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하는 행위 자체가 특정한 정치적 의도와 결부될 수도 있다는 점에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를 ‘객관적 사실 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사실’ 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실제 허위 사실의 범주와 스펙트럼은 다양해서 해석의 모호성이 크다.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황용석 교수에 따르면 허위사실은 대상을 속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정보, 진실을 가장해서 고의로 조작한 거짓정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전파되는 오인정보, 대상이 허구임을 인지할 수 있는 상태로 허위적 정보를 구성하는 패러디나 풍자, 근거 없이 퍼지는 소문을 말하는 루머, 유언비어 등 5개 범주나 된다. 가짜뉴스 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허위정보’와 ‘거짓정보’다. 나머지 3개의 범주는 애교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각에 따라서는 이들 모든 범주가 ‘허위조작정보’라는 규정이 가능하다.

가짜뉴스의 본질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었나에 있다. 특히 가짜 뉴스가 정치권과 연계된 사안일 경우 공평무사한 단속과 처벌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을 갖는 이도 있을 것이다. 가짜뉴스의 단속을 통해서 누군가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그것도 경계해야 한다. 설사 ‘가짜뉴스’에 대한 사법적 대응조치를 강화하더라도 남용 예방책을 만들어야한다. 예컨대 명예훼손죄와 마찬가지로 친고죄 원칙을 적용하고, 공직자 또는 공인으로서 그의 공적활동과 관련된 경우는 법적용을 제한하는 입법 조치가 선행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자칫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오랜 사법불신풍조만 확산되고 비판과 풍자를 핵심으로 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기우를 없애달라는 것이다. 의도치 않은 나비효과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되,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개인의 피해는 구제하고, 공직자와 정치인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자칫 가짜 뉴스로 처벌받는 만의 하나의 경우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마련하는 신중함과 배려를 촉구하는 것은 양 날개로 움직이는 민주주의의 허브를 지키는 동시대인 모두의 의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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