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학생들 이용하는 컴퓨터에 교사가 시험지 보관

목포 사립고 시험지 유출 ‘관리 소홀’ 원인 지목
평소 학생들 이용하는 컴퓨터에 교사가 시험지 보관
교육청 시험지 관리 실태조사서는 문제점 발견 안돼
도교육청 “보안 USB 활용 의무화 등 후속대책 추진”

전남도교육청이 목포 한 사립고의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해 평소 학생들이 이용하는 컴퓨터에 교사가 시험문제를 보관하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이 교사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저장돼 있던 시험지를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거나 출력하는 방법으로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교육청은 18일 목포 A고교 중간고사 영어시험지 유출 사건과 관련 최초 유출 학생으로 알려진 2학년 B군은 지난 2일 오후 4시20분께 자습실 옆에 위치한 영어교사 연구실 컴퓨터로 시험공부를 위한 ‘2018년 중간고사 대비 모의고사 변형 문제’를 출력하다가, 출력물에서 ‘2018학년도 2학기 중간고사 시험 파일’이 함께 출력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 학생이 출력된 시험 문제를 풀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시험 전날인 지난 4일 쓰레기통에 이를 버린 것으로 파악했다.

또다른 학생인 C군은 추석전인 지난달 17~21일 사이 영어교사 연구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저장된 중간고사 일부 문제를 자신의 메일에 발송했다. C군은 메일을 통해 다시 D군에게 이를 전달했고, 4일 저녁 D군이 자습실에서 해당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을 본 E군은 해당 문제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학부모에게 시험지 유출 사실을 알렸다. 도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시험지를 유출한 학생이 2명, 유출된 시험지를 본 학생이 최소 4명이라고 밝혔다. B, C군이 최초 유출한 시험지는 영어과목 11문항으로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청은 C, D군이 영어 과목 재시험 결과 최초 시험보다 8~9점 낮은 성적을 기록한 사실도 파악했으며, 다른 학생들에게서 별다른 성적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정희 도교육청 장학관은 “심화반 자습실 옆에 위치한 영어교사 연구실 컴퓨터는 평소 학생들이 학습 자료를 찾거나 이를 프린트하는 데 사용됐다”면서 “이 때문에 여러 학생들이 시험지를 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교의 시험지 관리 소홀에 학생들의 내신 경쟁이 더해지면서 결국 시험지 유출로 이어진 셈이다. 시험지를 유출하거나 공유한 학생들은 모두 성적 상위권 학생들로 평소 심화반에 속해 학교 측이 마련한 독서실 형태의 자습실에서 자율학습을 해왔다.

더욱이 도교육청은 지난 9월 이 학교에 대해 시험지 관리 실태 전수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문제점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면밀한 조사가 이뤄졌더라면 시험지 유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20개 정도의 체크리스트에 의존하는 시험지 관리 실태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도교육청은 이번 사태와 관련 ▲보안 USB 활용 의무화(휴대용저장매체관리대장·반출입대장 활용) ▲평가관리실 CCTV 설치 의무화 ▲고교 평준화지역 상피제 검토 ▲기말고사 기간 평가관리 실태 집중 조사 ▲학생평가 관련 안일한 교원 대처는 해당 교원과 학교 측에 엄중한 책임 등을 추진하겠다고 후속 대책을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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