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구속, 사법 농단 범죄 소명...양승태 윗선 수사 기대

직속 상관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소환 불가피 

'최종 윗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수사 전망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오늘 새벽 구속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되면서 당시 사법부 최고위층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임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에 소명이 있다"며 "임 전 차장의 지위와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사법농단 수사 대상자로는 처음으로 임 전 차장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하면서, 향후 검찰의 윗선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요직인 기획조정실장과 행정처 차장을 지내면서 각종 사법 농단 의혹 실무를 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조사 과정에서 당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으며, 검찰은 이를 토대로 당시 사법부 최고위층이 공범 관계에 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의 직속 상관격인 법원행정처 처장 자리는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잇따라 역임했다. 

검찰은 차 전 대법관이 일제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재판 진행 상황과 처리방향 등을 논의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후임 박 전 대법관 역시 강제징용 재판과 박근혜(66) 전 대통령 비선의료진인 박채윤씨의 특허 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대법원 비자금 조성 과정과 2015년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도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퇴임한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사건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재판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임 전 차장이 2016년 9월 강제징용 사건 관련 외교부 관계자에게 의견서를 받아내는 과정에 양 전 대법원장의 승인이 있었다고 시인하면서, 당시 최종 결재라인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 역시 수사망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은 이르면 오는 28일 임 전 차장의 구속 후 첫 소환을 시작으로 다음주 추가 조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다음달 전직 대법관들을 불러 조사한 뒤 양 전 대법원장도 소환 대상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의 구속이 일종의 '꼬리 자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는다.

법조계에서는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대법관 0순위'로 꼽히던 임 전 차장이 구속 이후 심경 변화가 있을지 주목한다. 그의 입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윗선' 수사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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