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세상과 결별을 준비할 때
정준호<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얼마전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구경을 하러 경남 고성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갔다. 공룡나라 휴게소에 들러 졸음을 쫓을 겸 커피를 주문했더니 종이로 된 빨대가 나왔다. 신기하였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자는 뉴스가 기억이 났다. 나름 기쁜 마음으로 종이빨대를 사용하여 보니 종이 특유의 질감이 입술에 닿아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것보다 커피맛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나도 모르게 플라스틱 빨대를 찾고 내 모습을 보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플라스틱에 길들여져 버렸다는 생각에 적지않게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뉴스를 검색해보니, 올해 유엔에서 정한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플라스틱 퇴치’로 선정되었다는 이야기가 보인다. 국내 정부에서도 지난 6월 5일경 환경의 날에서 ‘플라스틱 없는 하루’라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8월부터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의 1회용 컵과 빨대 사용을 단속한 결과 개인용 용기의 사용비율이 70%를 상회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유명 커피판매업소인 스타벅스 역시 2020년까지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할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플라스틱 줄이기가 민관 합동의 당면과제가 된 셈이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 플라스틱은 ‘영구성’을 토대로 제반 비용절감의 획기적인 신소재였다.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 집의 빗물받이는 100년도 끄떡없다는 플라스틱 소재로 교체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가벼움으로 첨단 항공기의 단골 소재로도 사용되었다. 학교에서 찰흙 공예를 하면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칼은 값도 저렴하고 사고 위험도 없는 만능의 재료였다. 과학실험을 하면서 자주 깨지던 유리 비이커는 플라스틱으로 바뀌면서 선생님의 걱정을 덜어주기도 하였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안경렌즈를 끼고 마음껏 공놀이를 했었다. 한때는 플라스틱이 환경친화적인 재료로 통용되기도 했었다. 바로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플라스틱이 대체할 수 있다는 소식에 플라스틱은 산림보호용 재료로 소개된 적도 있었다.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플라스틱이 대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도 있었고 어른이 되면 온통 플라스틱 세상으로 바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기술발전의 대명사였던 플라스틱과 결별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세안제에 사용되는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바다의 물고기들이 먹어서 죽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 물고기의 내장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사진은 보기에도 끔찍하다. 심각한 것은 이런 경로를 통해 플라스틱이 인체에도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 심각한 수준의 사회문제가 되버린 셈이다.

어쩔 수 없이 개인구성원들은 이미 길들여져버린 플라스틱의 편안함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이미 재활용쓰레기로 분리수거에 열심인 구성원들은 재활용만으로도 충분하게 정책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재활용율이 90%를 상회하는 시점에서 왜 이보다 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될 수 있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 2050년도가 되면 바다에 던진 그물에 물고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걸릴 것이라는 유엔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얼마나 급박하고 획기적인 방법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문제의 급박함을 느낀 미국의 산타바바라시와 인도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판매 매장업주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단속하는 강력한 규제책이 실행되고 있다.

마침 기술적으로 문제 해결을 도울 방법들도 마련되고 있다. 올해초 영국에서 ‘플라스틱을 먹는 변종효소’가 발견되었다. 벌과 나방의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보다 빠르게 분해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런 기술 발전 속도에 구성원들의 플라스틱 사용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다보면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문제가 해결될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복합3관에 전시된 플라스틱관으로 제작된 타라 도노반 작가의 거대작품과 복합 5관에 전시된 정찬부 작가의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한 동물, 식물, 무기물의 중간 형태를 창조해낸 <피어나다> 등의 작품이 인기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세상과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민과 관이 한마음으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하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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