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밤’과 잊혀진 ‘민주주의’
정용식<본사 상무>

‘시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떠오른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채/우리는 헤어졌지요./....../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나에게 꿈을 주지만/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나를 울려요......” 누구나 한번쯤 사랑했던 사람, 사랑했던 것들과 헤어짐의 애틋함이 있기에 ‘잊혀진 계절’은 울림이 있다.

# 그놈의 ‘민주주의’가 뭔지?

촛불혁명 2주년을 맞았지만 적폐세력의 저항으로 바뀐 것이 없다며 ‘다시 거리로!’를 외치고 있다. 다른 쪽에선 적폐청산과 대북정책, 가짜뉴스 대응을 두고 독선적이며 민주주의를 훼손시킨다 한다. 태극기부대 집회는 계속되고 이를 두고 촛불은 ‘혁명’이고 ‘태극기’는 부대냐며 동급 취급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민주주의 본고장이라는 물 건너 미국은 도를 넘었다. 대통령 열성지지자가 전직 대통령등 유력인사에게 폭탄을 소포로 보내는가 하면, 유대인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인종주의적 범죄도 일어났다. 이곳 저곳이 갈등과 분열의 극대치 경쟁 모양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민주주의란 두 마리의 늑대와 한 마리의 양이 저녁식사로 무얼 먹을지 투표하는 것이다” 라 했다. 영국의 영웅 처칠도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다’ 라 했지만 ‘민주주의’는 ‘만인의 정치적 평등’을 기반으로 한 인류가 이룩한 최선의 정치체계며 사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신흥국가중 투쟁의 역사와 함께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로 평가받고, 심지어 군부독재정권이나 독재를 옹호하는 사람들조차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을 정도로 국민적 선호도도 높다.

# 민주주의는 포용성과 함께 간다.

우리사회가 제조업의 위기와 자영업의 심각성이 제기된 지 오래다. 투자부진과 고용 감소 추세 또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 물가도, 주식도 불안하다. 공공기관들은 고용세습 논란 속에 단기 알바자리만 넘쳐나고 있다. 이래저래 스산한 시월의 마지막 날,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건 결코 낙엽 떨어지는 가을 탓만은 아닐 것이다. 현실은 이러한데 웬 배부른 민주주의 타령이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의 열쇠는 아니지만 정치와 경제는 상호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역사적으로 입증된 듯 하다.

3T 이론도 있다. 포용성(Tolerance)이 재능 있는 사람(Talent)을 불러 모으고 그로 인해 기술혁신(Technology)을 일으켜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포용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영역이다. 차이와 다름이 존중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는 갈등관리가 잘 될 수밖에 없고 경제발전을 위한 동력도 함께 생겨날 것이다. 포용성을 상실한 사회(지역)는 아집, 독선, 갈등, 비효율성만 남아 당연히 사회발전도 저해되지 않을까?

# 광주는 ‘민주주의’ 심장인가?

얼마전 성소수자를 위한 ‘퀴어 축제’를 두고 ‘민주의 심장 광주에서 광주정신에 어긋나는 패륜적 행위’라며 일부 개신교계와 단체들이 반대 집회를 벌였다. ‘소수자의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광주정신’이라는 주최측과 정면 충돌한 것이다. 광주에선 처음 시도해보는 사회적 합의 과정인 ‘지하철 2호선 공론화’ 와 ‘광주형 일자리 투자유치’ 추진과정은 시민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2호선 공론화 과정은 곡절을 겪으며 시민참여단 선정까지 마치고 본격화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논란 속에 불안하다. ‘광주형 일자리’ 또한 광주시, 노동계, 공익대표등의 원탁회의가 어렵사리 구성되고 가속페달을 밟으며 31일 최종 향방이 정해 질 듯 하지만 추진과정이 영 개운치 않다. 우리 지역이 갈등을 풀어가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거칠고 어설프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차이와 다름이 인정되고 생각이 다른 이해당사자들도 함께 갈 수 있는 도시,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와 문화가 정립된 도시는 그저 ‘꿈’일까?

5·18. 6월항쟁, 촛불혁명을 통해 일궈온 광주가 독선과 아집, 무시와 외면속에 갈등만 심화된다면 ‘민주도시 광주’는 기억해야 할 ‘과거’가 되지 않을까? 갑자기 우리들의 삶속에 녹아 있는 ‘광주정신’‘광주공동체’는 뭐고 ’광주다움‘은 무엇인지?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가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일상에서 ‘잊혀진 민주주의’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길 바래본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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