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주권 실현을 위한 첫 걸음
유근기<전남 곡성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지자체가 새로운 변화를 맞아 분주해졌다. 지난 30일 행정안전부에서 제6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많은 언론에서는 개정안의 핵심을 ‘재정분권’으로 꼽았다. 재정분권의 주요 내용은 지방소비세율 등을 조정해 지방세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분권은 자치분권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치분권이 가능케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지난 9월에 정부는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의 내용 대부분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6개 추진전략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주민주권 구현’이다. 나머지 5개의 전략은 사실 이를 위해 재정, 제도, 행정적 방법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군은 민선 6기부터 현재까지 “함께해요 희망곡성”을 군정 슬로건으로 사용하고 있다.

자치분권 종합계획,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 우리군의 슬로건에 드러난 공통적인 생각은 주민이 주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법의 진정한 핵심도 ‘주민주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렇듯 주민주권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국민의 기대와 욕구가 다양하고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동은 사회·경제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행정수요를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개별화된 행정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정부와 국민과의 위치 변화이다. 정보화 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정부의 정보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단순한 위치 변화가 아니라 정부와 국민 관계의 상하전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악한 문제(wiked problems)의 대두다. 사악한 문제들은 다양한 분야에 얽혀있으며, 정확히 정의되지 않고, 옳고 그름의 경계가 모호하고, 책임성이 불분명하다. 따라서 통합적이고 융합적인 문제해결방식이 필요한데 관료제적 방식에서는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는 핑퐁게임이 발생하기 쉽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제시한 답이 ‘자치분권’과 ‘주민주권’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하고, 주민감사 및 주민소송의 청구권자 연령을 하향하는 방법 등을 포함시켰다.

그동안 우리군은 행복나눔군수실, 이동군수실, 군민신문고 등 주민 소통과 참여를 위한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주민들은 이 채널들을 통해 자신의 요구와 생각들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많은 요구들이 공공성보다는 개인적 편의를 위한 사항들이라는 점이다. 일부의 생각이 군민의 생각이라는 이름으로 군정에 반영될 소지가 있다.

다음으로 절차와 실행의 문제다. 담당부서의 검토 절차가 선행되기 때문에 행정 편의주의가 개입되고, 요구사항의 실행률이 군민들의 기대만큼 높지 않다.

마지막으로 핵심 이슈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숙의과정이나 군민들의 동의절차가 없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라도 절반의 군민들은 인정하지 않거나 불만이 생기게 되는 등 갈등의 씨앗이 남게 된다.

대안으로 청와대의 ‘국민청원 및 제안 페이지’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청와대에서 직접 답하기 때문에 떠넘기기의 우려가 없고 책임감 있는 답변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적 공감을 얻는 청원이나 제안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정된 사항은 정책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위험도 적다.

하지만 청원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청와대 청원에도해결 불가능한 사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의제 설정에는 좋은 역할을 하지만 심도 있는 토론과 토의가 불가능하여 정책의 기획, 집행 등 전 과정에 주민들의 생각이 반영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원제도와 더불어 공론화가 필요하다. 우리 군에서도 군민청원과 공론화를 축으로 새로운 군민참여 채널을 고민하고 있다. 두 가지 방법이 하나의 체계 속에서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 중이다. 군민들의 생각과 의견이 올바로 반영될 수만 있다면 정부나 다른 지자체의 방법이라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다. 그래야만 공공서비스의 공급자로서 군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대립과 반목을 넘어 통합과 상생의 걸으며 지자체 존립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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