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끈 792억 여수 만성리 민간투자 개발 무산
사업자, 예치금 78억 원 세차례 연기 후 납부 못해
여수시 “계약 해지 통보”…성급한 투자유치 지적
‘MOU·MOA 체결’단체장 치적·홍보수단 전락
IT·BT산업, 문화 등 다양화 투자 유치 모색 필요
 

지난 2016년 12월 9일 여수시장실에서 열린 여수시(시장 주철현)와 (주)세미콘라이트(대표 김영진)가 만성리 검은모래 해수욕장 복원과 배후부지에 고품격 레저·휴양단지를 조성하는 투자협약 체결식./여수시 제공

792억 원을 투입키로 한 여수 만성리 검은모래 해수욕장 인근 배후부지 조성사업 민간투자가 2년여만에 결국 무산됐다.

여수시에 따르면 만성리 배후부지 조성사업을 위해 투자협약을 체결한 에스엘도시개발(주)(대표 김영진)이 지난 5월 1일까지 추정 보상비 392억 원의 20%인 78억4천만 원을 예치키로 한 약속을 세 차례 미룬 끝에 이뤄지지 않아 최근 실시투자협약 해지 통보를 했다.

두 차례에 걸쳐 40억 원을 예치한 에스엘도시개발은 나머지 38억4천만 원을 지난달 15일까지 최종 예치하기로 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여수시는 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19일 사업자에 투자협약 해지통보를 했다. 이미 납부된 예치금에 대해서는 반환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792억 원 투자를 하겠다면서 78억 원도 납부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난 2013년 ‘만흥 검은모래 해변 배후부지개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던 만성리 배후부지 개발사업이 이번에도 물 건너가면서 실망감은 물론 투자 업체의 자금 조달 능력이나 투자 이행 가능성 등에 대한 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여수시는 만성리배후부지 개발 사업에 대해 민간투자자 재유치, 사업 추진 여부 등 사업전반에 대해 전면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시의 재정 여건이 어려워 입찰을 통해 민간업체를 유치했지만, 투자사가 자금 동원에 어려움이 생겨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해수욕장 상인과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1일 여수시장실에서 주철현 시장과 김영진 대표는 검은모래 배후부지 개발사업에 792억 원(공사비 250억, 보상비 392억, 기타 150억)을 투자해 복합 휴양레저단지를 조성한다는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12월 9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여수시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검은 모래로 유명한 만성리 해수욕장 인근의 배후부지(평촌마을 일원) 22만1763㎡에 상가, 주거타운, 이주택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현 해수욕장 인근 상가와 도로를 철거하고 검은 모래 해수욕장을 복원해 관광 상품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사업시행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인 에스엘도시개발은 설계도서 등 작성과 공사, 보상 등 진행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소요되는 재원을 부담키로 했다. 시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인·허가와 토지 등의 보상업무에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15일 투자 업체가 예치한 이행보증금 10억 원은 사업추진 인·허가와 감정평가 수수료 등 소요재원으로 사용·충당하고, 실시협약 체결일로부터 3개월 이내 에스엘도시개발이 추정 보상비 392억 원의 20%인 78억4천만 원을 예치하면 감정평가에 착수하기로 했다.

여수시는 지난 2016년 12월 투자 협약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투자자인 ㈜세미콘라이트(대표 김영진)가 반도체소자인 발광다이오드 플립칩 생산 전문기업으로 2014년과 2015년 각각 481억 원, 572억 원의 매출액을 올린 코스닥 상장기업이며, 신용도와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매우 양호하고 안정적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홍보했다.

또, 업체가 이 투자와 별도로 내년에 중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해 카지노 등 숙식, 교통, 물품을 제공하는 서비스 사업에도 사업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라면서 개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일각에서는 투자 유치 양해각서(MOU)·합의각서(MOA) 체결이 단체장의 치적 과시를 위한 성급한 홍보수단으로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만큼 현재 추진 중인 여수시의 투자 유치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예산 낭비가 우려되고 단체장의 신뢰마저도 떨어뜨리는 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MOU·MOA가 선의와 진정성을 바탕으로 체결됐다가 상황의 변화나 악화로 무위에 그치거나 무산될 수도 있지만 관광도시로 부상한 여수가 자칫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될 우려가 큰 만큼 처음부터 실행 의사나 능력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앞질러 체결하고 이를 과시하는 것은 투자 행정의 적폐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민자 투자 유치가 관광개발과 관광숙박산업, 여수산단에 치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박물관 등 문화 관련 투자와 신재생에너지, 교육,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산업 유치 등 여수 브랜드 가치 향상과 콘텐츠 다양화를 위한 투자 유치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건실한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 관광개발 사업에 대해 자본의 실체와 자본조달 능력 등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동부취재본부/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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