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만의 문화를 만들자
김나윤<광주광역시 의원·변호사>
 

울긋불긋 물든 단풍, 알프스 산장같은 건물들, 차가운 기운의 가을 공기, 마치 외국에 나온듯해서 괜스레 마음마저 들뜬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무주 스키장. 잠깐 한국을 벗어난 듯 이국적인 풍경이다. 놀러온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오늘도 꼬박 5시간 교육을 들어야하는 강행군인데, 그래도 풍경이 너무 예쁘고 이국적이라 광주에서의 바쁜 일상은 저만치 사라지고 없다. 들뜬 마음에 같이 교육받으러 온 분들과 같이 포즈잡고 사진도 찍고, 따듯한 커피를 한잔 나누며 수다도 떨어본다. 잠깐의 휴식이지만, 이렇듯 여행은 삶의 공간을 바꿈으로서 지친 일상을 재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주말이면 좋은 먹거리,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있는 곳으로 굳이 시간을 들여 차를 몰아 축제를 찾아 떠나는 것이리라.

짧은 나의 여행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 내가 속한 상임위원회는 ‘교육문화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광주의 문화사업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예향·미향·의향의 도시 광주의 문화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보길도나 송광사처럼 유적이나 사찰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는 ‘큰 노력 없이 볼거리 수익을 창출하고 있어 복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문화는 물려받은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키고 문화산업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지금의 보길도나 송광사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는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 예로 광주의 바로 옆 지역인 담양의 죽녹원, 메타세콰이어길, 메타프로방스, 관방제림 등은 주위 환경을 정비해서 계절과 관계없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산업이다. 뿐만 아니라 전주의 대사슴놀이 및 한옥마을, 함평의 나비축제, 무안 연꽃축제, 진주 유등축제 등은 이미 지방의 이름을 달고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는 축제다. 최근에는 광주 인근 장성의 노란꽃 축제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즉, 각 지자체들은 관광산업을 위해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들을 만들고 활성화 하여 그 지방의 브랜드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광주는 어떠한가? 광주하면 떠오르는 축제나 볼거리가 있는가? 불행하게도 필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래서 요즘 버릇이 하나 생겼다. 주위 지인들과 차를 마시거나 술 한잔을 기울이면서 대뜸 “광주하면 떠오르는게 뭐죠?” 이에 대한 대답은 내가 내놓은 답과 다르지 않다. 물론 광주에도 축제는 많다. 충장로 축제, 프린지 페스티벌 등등. 시에서 해마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축제들이 있지만, 담양이나 함평같은 효과를 보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지난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문재인대통령은 공약으로 자치분권강화를 내세웠고, 올해 경주에서 개최된 지방자치박람회에 참석하여 자치분권강화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지방자치는 지방재정이 확보되지 않으면 안된다. 각 지방은 스스로 재정자립도를 확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광주시도 광주형일자리 등 일자리 만들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육성을 통한 지역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빛고을 광주에 맞는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가 있는 문화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문화는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광주 어디에서나 보이는 무등산을 품고 있고, 유유자적 흐르는 영산강을 품고 있다. 이런 천혜자원을 가지고 있는 광주는 충분히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광주시는 위와 같은 잠재된 자연자원을 어떻게 활용하여 광주만의 특색있는 문화를 만들 것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지역민의 삶이 지칠 때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곳, 누구나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 아울러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그런 광주만의 색깔있는 축제를 만들어보자. 내가 살고 싶고 살고 있는 도시 광주가, 누구나 살고 싶고 찾고 싶은 문화가 숨쉬는 광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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