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연중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달려있다

<32>‘섬 싱크탱크’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을 찾아서
‘섬·바다’연구 산실 …국내 ‘최고’대학 부설 연구소 명성
중점연구소 프로젝트·인문한국 국책지원사업 수행
국가지정 ‘섬의 날’산파 역할…섬발전연구진흥원 설립도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은 지난 1983년 창립된 이래 중점연구소 프로젝트, 인문한국사업 등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는 섬·바다 연구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 목포사범대 본관 건물.

‘섬’은 영어로 ‘ISLAND’이다. ‘IS’는 바다, ‘LAND’는 땅이다. 섬은 ‘바다와 땅’을 합친 개념이다. 따라서 섬은 육지와 동떨어진 곳이 아닌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해양 영토의 확장적 개념으로 풀이된다.

전남은 전국 섬의 65% 가량인 2천165개를 갖고 있다. 여기다 전국 절반 가량의 6천743㎞의 긴 해안선, 전국 최대·양질의 갯벌자원(전국 44%, 세계 5대 갯벌)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천혜의 자원을 실용적이고 현실화시키는데 오랜동안 연구를 거듭한 기관이 있다. 바로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이다. 지난 1일 목포시 용해동에 위치한 이 곳을 찾았다. 목포대 제2캠퍼스이지만 현재는 도서문화연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 건물은 100년이 넘은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239호)으로 등재돼 있을 정도로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긴 채 손님을 맞이했다.

▶강 원장, 섬의 ‘역할·중요성’강조

강봉룡 도서문화연구원장(사학과 교수)을 오전 10시 40분에 만났다. 강 원장은 취재기자를 만나자 마자, 앞으로 섬이 해야 될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강봉룡 목포도서문화연구원장.

강 원장은 “전라남도가 당장 세계화 시킬수 있는 것 가운데 최고의 자산은 ‘섬’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객관적으로 볼때 섬은 절대 우위에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섬이 부각될 때 전남 역시 부흥곡선을 그었다. 역으로 섬이 쇠퇴할때 전남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시대 때 섬을 비우는, 즉 공도(空島)정책이었다. 여기다 섬에서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하는 해금(海禁)정책을 병행했다. 바다를 폐쇄한 것 자체가 쇄국정책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섬이 번창할 때 전라도 역시 중흥기를 맞았다고 했다.

강 원장은 통일신라시대의 번창은 바다를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9세기때 장보고의 왕성한 무역이 이를 잘 증명하고도 남는다고 했다. 지금도 전세계 물자 유통의 75%가 바다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해상 물류 비중이 더욱 절대적이다. 해상 물류비중이 99.7%를 차지한다. 이는 북한 루트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섬과 바다의 비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전남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강 원장은 역설했다.

▶목포대 도서문화원이 걸어온 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은 지금으로부터 35년전인 1983년 창립됐다. 당시 목포대학교 부설 도서문화연구소로 출발했다. 섬과 바다를 연구하는 국내 최고의 대학 부설 연구소로 명성을 떨쳐 지난 2010년 도서문화연구원으로 승격됐다. 환경부로부터 대통령상 기관상을 수상했다. 교수신문도 ‘대한민국 대학 유산’으로 선정했다.

연구업적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 1999년부터 10년간 중점연구소 프로젝트를, 2009년부터는 인문한국(HK)국책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이 사업은 지방 대학 부설연구소로는 처음 선정됐다.

그동안 도서문화연구원은 한국연구재단의 KCI에 등재된 학술지 ‘도서문화’발간을 통해 수준높은 국내 연구 성과를 집적했다. 이와함께 SCOPUS에 등재된 국제 영문학술지 ‘Journal of Marine & Island Cultures’를 발간하고 있다.

또한 120여권의 학술총서와 140여권의 정책연구보고서를 내놨다. 후진양성을 위해 지난 2012년 우리나라 유일의 ‘도해양문화학’전공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데 이어 2개의 문헌실과 섬 생활도구를 모은 ‘섬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섬 주민들의 생활도구를 전시한 국내 유일 ‘섬 박물관’전경.

▶국내외 활동 ‘뚜렷’

가장 눈에 띄는 학술대회는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이다. 전국의 학자들을 섬과 바다의 연구로 안내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국내 해양도시를 순회하며 열린다. 그동안 목포, 삼척, 여수, 경주, 당진, 군산 등에서 8차례 대회를 진행했고, 올해는 7월 안산에서 개최됐다. 대표적인 도서해양 종합학술대회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안산에서 열렸던 제9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 답사 기념 촬영 모습.

그간 1천400여명의 학자들이 모여 1천400여개의 도서해양 관련 주제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성과를 올리면서 이미 도래한 ‘해양의 시대’를 화두삼아 학술난장을 펼쳤다.

2013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주요 대학연구소 및 학회의 학자들을 목포에 초청해 ‘동아시아 도서해양 문화포럼’을 결성했다. 이후 일본 가고시마대, 중국 상해해양대와 절강해양대, 목포대, 대만 국립해양대, 일본 가나가와대를 거치며 5차례 포럼이 진행됐다. 특히 이 포럼을 통해 섬과 바다를 둘러싼 국가간의 갈등의 수위가 높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위기를 타개하는 학술적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섬의 날’지정 지렛대 역할

내년 8월8일은 국가가 지정한 ‘제1회 섬의 날’이다. 세계에서도 없는 한국에서 첫 지정된 ‘섬의 날’이다. 이 ‘섬의 날’의 첫 출발점은 목포도서문화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2016년 강봉룡 원장은 목포 MBC창립기념토론회에서 ‘섬의 날’을 국가지정 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2년만 뒤인 올해 2월28일 도서개발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섬의 날’이 최종 확정됐다. 이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섬의 가치를 재발견해 섬을 국가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섬의 날’ 지정은 섬 수도인 전라남도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부산 해양·목포 섬’투트랙 정책 제안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앞으로 50년 안에 현재 섬의 14%가 무인도화된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와함께 섬 주민들의 고령화와 함께 난개발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강 원장은 이를 막기위해 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의 실행방안으로 ▲청정성이 유지되는 ‘살아있는 섬’▲섬 산업이 일어나는 ‘살기좋은 섬’▲섬 복지가 적용되는 ‘살고 싶은 섬’▲힐링과 관광이 행해지는 ‘가고싶은 섬’이 바로 그것이다.

강 원장은 앞으로 부산과 목포를 두 거점으로 하는 투트랙 정책을 주창했다.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목포는 ‘대한민국 섬의 수도’로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 근거로 강 원장은 1926년 매일신보에서 ‘808개 섬의 수도 목포’라는 타이틀로 보도된 점을 상기했다. 대한민국의 양 축을 이루는 해양과 섬을 각각의 키워드로 삼아 국가균형발전의 근거지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강 원장은 “‘섬의 날’제정과 맞물려 정책연구와 정책실천을 할 수 있는 섬 정책의 컨트롤타워·싱크탱크 역할을 할 ‘섬발전연구진흥원’설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중·서부취재본부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사진/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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